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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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가 은행에 맡기지 않고 장롱·금고를 비롯해 자체적으로 쥐고 있는 현금이 1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적금 금리가 급락하면서 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수요가 약화된 데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 보관 유인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11일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보유한 현금은 109조 1543억원으로 작년 2분기 말과 비교해 15.6%(14조7009억원) 늘었다.

가계의 현금 증가율은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 1분기~2019년 4분기까지 분기별 평균 6~9%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1분기 14.2%를 기록한 이후 줄곧 10%대를 나타냈다.

5만원권을 중심으로 가계의 보관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5만원권의 환수율(환수액÷발행액)은 올해 4~6월에 7.1~24.1% 수준에 그쳤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7년 57.7%, 2018년 67.4%, 2019년 60.1%를 기록했다. 환수율이란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량에 비해 다시 돌아온 화폐량의 비율이다. 환수율이 높으면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하게 유통된다는 뜻이고, 낮으면 유통이 둔화된다는 뜻이다. 5만원권 중심으로 가계의 보관 유인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가계의 현금 보관이 늘어난 것은 예·적금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은행에 돈을 맡기는 움직임이 약화된 결과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가계가 늘어난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가에서 6~7월 농번기를 맞아 일용직에게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수요도 일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과세를 강화하면서 고소득층의 불안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세 대상에서 피하기 위해 은행 대신 금고 속에 넣어두려는 유인이 커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