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 주고 가계약…"하던 일 마저해야"
도피 전 보증금 2억 사무실 계약…남욱의 수상한 행적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미국 출국 직전 사무실을 계약한 정황이 포착됐다.

8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남씨는 지난달 8일 서초구의 한 사무실을 보증금 2억여원에 가계약했다.

사무실은 천화동인 4호가 지난 8월까지 사무실로 쓰던 오피스텔과 약 200여m 떨어져 있다.

지역 사정에 밝은 한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남씨는 지난달 8일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서초동 일대 부동산을 돌며 "사무실을 알아봐 달라"고 문의했다.

남씨는 강남구의 한 대형 오피스텔 이름을 얘기하며 그곳에 사무실을 구하려 했지만, 촉박한 시간 탓에 상황이 여의치 않자 서초구에 사무실을 가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는 이날 집주인에게 계약금 2천만원을 지불했고, 오는 15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잔금은 아직 치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와 함께 일하던 직원은 10월 초 이 관계자에게 "남욱이 미국에 갔지만 잔금은 치르겠다", "직원들이 사무실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남씨가 '여기(구 천화동인 4호 사무실)에서 하던 일이 있어서 근처에 사무실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반바지 차림에 꾀죄죄한 몰골이었다.

계약서에 적힌 이름을 보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남욱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남씨가 사무실을 계약했다는 9월 8일은 엔에스제이홀딩스(구 천화동인 4호)가 사무실을 청담동으로 옮긴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남씨는 9월 초∼중순께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가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하기 직전 급하게 사무실을 계약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남씨가 또 다른 '비밀 사무실'을 차리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강남구 청담동의 엔에스제이홀딩스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지난 6일 남씨의 비밀 사무실 압수수색에서는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가 출국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 관련 자료를 여러 사무실에 분산하거나, 비밀리에 사업 자료를 정리할 장소를 마련하려 했을 개연성도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