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짜리 단칸방이라니" 딸 집들이서 오열한 엄마,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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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대 중 4세대 '나 혼자 산다'
젊은 층, 혼인율 감소 등 원인
1인 가구도 주거 안정성 필요
작년 초 집안 반대 불구
4억원에 14평 아파트 마련
최근 시세 7억원으로 급등
젊은 층, 혼인율 감소 등 원인
1인 가구도 주거 안정성 필요
작년 초 집안 반대 불구
4억원에 14평 아파트 마련
최근 시세 7억원으로 급등
'나혼자 산다'라는 말이 이제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주민등록상 1인 세대는 936만7439세대였다. 전체 세대 수(2338만3689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1%로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1인 세대가 늘어나는 이유로 첫 번째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 비율 증가이고, 다음으로는 혼인율 감소 영향이 크다. 고령화 문제를 빼고, 1인 세대의 문제를 부동산으로 옮기면 2030세대들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집값은 터무니없이 오른데다 결혼하는 나이도 늦어지다보니 혼자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20대에 전셋집에서 살림을 꾸리면서 내 집 마련을 꿈꿨지만, 이제는 월셋집을 전전하면서 결혼은 물론이고 내 집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혼자 사는 이들도 아파트에 살고 싶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거의 없다. 아파트 청약에서는 신혼부부나 생애최초(생초) 등의 특별공급의 기회가 있지만, 1인 세대에는 해당이 없다. 단 한 번도 집을 가져본 적 없음에도 기회조차 없다. 혼자사는 이들을 위해 공급되는 주택은 원룸이나 공유주택 등이다.
30대를 훌쩍 넘는 나이에 집을 구하고 나서 결혼을 생각해보려고 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최근에는 집값이 오른데다 대출규제까지 시행되면서 1인 세대들의 대출여력까지 줄어들었다. 정부는 내달부터 신혼·생초 특별공급 물량 중 30%를 따로 떼서 추첨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생초에서는 1인 가구가 청약할 수 있고, 신혼에서는 자녀가 없는 부부도 청약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이 나오지 않는 서울에서 이러한 청약만 기대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기 있게 내 집 마련을 한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고준석TV는 30대 중반의 1인 가구 여성이 내 집 마련을 한 사례를 소개했다. 본가가 전남 지방이었던 A씨는 서울에서 언니와 함께 전셋집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작년 초 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집을 마련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본가를 비롯해 주변에서는 '원룸 쪽으로 이사를 가겠거니'라고 생각했지만, A씨가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보증금에서 언니 돈을 제외하면 본인의 돈을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집이 급격히 줄어들어든 것도 문제였다.
A씨는 직장생활 10년차의 35세 여성이었다. 직장생활 내내 주변에서는 '짠순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월급 250만원 중에 생활비는 70만원 정도만 썼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을 하거나 펀드 등 재테크를 했다. 그렇게 모아서 언니와 함께 전셋집에 살고 있었다.
시장에서 전셋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월세는 제법 있었지만, 매달 한푼 두푼 모으는 A씨에게 월세까지 나간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였다. 결국 A씨는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A씨의 가족들은 펄쩍 뛰었다. 서울 집값이 말도 안되게 올랐다는데, 딸이 빚갚으면서 고생할 생각을 해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해서 남편감과 집을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A씨는 단호했다. 그렇게 강서구 가양동 가양9단지(1005가구)에서 전용면적 34㎡(옛 14평)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1993년에 준공된 아파트로 연식이 30년 가까이 됐다. 작년초의 매매가격은 4억원 정도. 1베이의 복도식 구조로, 방 2개(방 1개는 거실 겸용)와 욕실 1개가 갖춰졌다. 주택가다보니 오피스텔이 몰려있는 상업지구보다 분위기가 편안했다. 이마트도 바로 앞에 있는데다 서울지하철 9호선 증미역까지 도보로 5분도 걸리지 않았다.
A씨는 첫 내 집 마련이다보니 입주하면서 인테리어까지 야무지게 마쳤다. 집안 어른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다. 그런데 A씨의 어머니는 집안을 둘러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서울에서 단칸방에 살고 있는 딸을 보자니 안쓰러웠던 것이다. A씨는 괜찮다고 어머니를 달랬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 돈이면 고향에 큰 아파트를 산다', '서울 집값이 거품인데 왜 이 거품을 주고 샀냐' 등의 핀잔을 줬다. A씨는 속이 상했지만 어른들에게 차분하게 서울 집값의 현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2021년 10월.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 A씨의 상황은 어떨까. A씨는 "지금은 부모님이 막냇딸 잘했다고 칭찬해주신다"라고 말했다. 서울 집값은 작년과 올해에도 꾸준히 상승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황구매)' 열품까지 불면서 중저가 아파트들이 동나기 시작했다. 가양동 주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A씨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같은면적 매물은 6억7000만~7억원에 나와있다. 집값이 2년도 되지 않아 3억원이 오른 셈이다. 전세매물은 거의 없지만, 그나마 나와있는 건 2억7000만원이다. A씨가 알아봤던 당시의 전셋값은 1억7000만~1억8000만원이었다. 만약 전세로 들어갔더라면 현재는 오르고 있는 전셋값에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또다른 고민을 해야할 때다.
고준석 교수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아예 집 사기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생각을 전환해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확실하게 안정적인 거주지를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혼이라도 A씨처럼 야무지게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1인 세대가 늘어나는 이유로 첫 번째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 비율 증가이고, 다음으로는 혼인율 감소 영향이 크다. 고령화 문제를 빼고, 1인 세대의 문제를 부동산으로 옮기면 2030세대들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집값은 터무니없이 오른데다 결혼하는 나이도 늦어지다보니 혼자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20대에 전셋집에서 살림을 꾸리면서 내 집 마련을 꿈꿨지만, 이제는 월셋집을 전전하면서 결혼은 물론이고 내 집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혼자 사는 이들도 아파트에 살고 싶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거의 없다. 아파트 청약에서는 신혼부부나 생애최초(생초) 등의 특별공급의 기회가 있지만, 1인 세대에는 해당이 없다. 단 한 번도 집을 가져본 적 없음에도 기회조차 없다. 혼자사는 이들을 위해 공급되는 주택은 원룸이나 공유주택 등이다.
30대를 훌쩍 넘는 나이에 집을 구하고 나서 결혼을 생각해보려고 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최근에는 집값이 오른데다 대출규제까지 시행되면서 1인 세대들의 대출여력까지 줄어들었다. 정부는 내달부터 신혼·생초 특별공급 물량 중 30%를 따로 떼서 추첨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생초에서는 1인 가구가 청약할 수 있고, 신혼에서는 자녀가 없는 부부도 청약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이 나오지 않는 서울에서 이러한 청약만 기대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기 있게 내 집 마련을 한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고준석TV는 30대 중반의 1인 가구 여성이 내 집 마련을 한 사례를 소개했다. 본가가 전남 지방이었던 A씨는 서울에서 언니와 함께 전셋집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작년 초 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집을 마련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본가를 비롯해 주변에서는 '원룸 쪽으로 이사를 가겠거니'라고 생각했지만, A씨가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보증금에서 언니 돈을 제외하면 본인의 돈을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집이 급격히 줄어들어든 것도 문제였다.
A씨는 직장생활 10년차의 35세 여성이었다. 직장생활 내내 주변에서는 '짠순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월급 250만원 중에 생활비는 70만원 정도만 썼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을 하거나 펀드 등 재테크를 했다. 그렇게 모아서 언니와 함께 전셋집에 살고 있었다.
시장에서 전셋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월세는 제법 있었지만, 매달 한푼 두푼 모으는 A씨에게 월세까지 나간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였다. 결국 A씨는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A씨의 가족들은 펄쩍 뛰었다. 서울 집값이 말도 안되게 올랐다는데, 딸이 빚갚으면서 고생할 생각을 해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해서 남편감과 집을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A씨는 단호했다. 그렇게 강서구 가양동 가양9단지(1005가구)에서 전용면적 34㎡(옛 14평)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1993년에 준공된 아파트로 연식이 30년 가까이 됐다. 작년초의 매매가격은 4억원 정도. 1베이의 복도식 구조로, 방 2개(방 1개는 거실 겸용)와 욕실 1개가 갖춰졌다. 주택가다보니 오피스텔이 몰려있는 상업지구보다 분위기가 편안했다. 이마트도 바로 앞에 있는데다 서울지하철 9호선 증미역까지 도보로 5분도 걸리지 않았다.
A씨는 첫 내 집 마련이다보니 입주하면서 인테리어까지 야무지게 마쳤다. 집안 어른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다. 그런데 A씨의 어머니는 집안을 둘러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서울에서 단칸방에 살고 있는 딸을 보자니 안쓰러웠던 것이다. A씨는 괜찮다고 어머니를 달랬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 돈이면 고향에 큰 아파트를 산다', '서울 집값이 거품인데 왜 이 거품을 주고 샀냐' 등의 핀잔을 줬다. A씨는 속이 상했지만 어른들에게 차분하게 서울 집값의 현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2021년 10월.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 A씨의 상황은 어떨까. A씨는 "지금은 부모님이 막냇딸 잘했다고 칭찬해주신다"라고 말했다. 서울 집값은 작년과 올해에도 꾸준히 상승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황구매)' 열품까지 불면서 중저가 아파트들이 동나기 시작했다. 가양동 주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A씨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같은면적 매물은 6억7000만~7억원에 나와있다. 집값이 2년도 되지 않아 3억원이 오른 셈이다. 전세매물은 거의 없지만, 그나마 나와있는 건 2억7000만원이다. A씨가 알아봤던 당시의 전셋값은 1억7000만~1억8000만원이었다. 만약 전세로 들어갔더라면 현재는 오르고 있는 전셋값에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또다른 고민을 해야할 때다.
고준석 교수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아예 집 사기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생각을 전환해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확실하게 안정적인 거주지를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혼이라도 A씨처럼 야무지게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