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통상분야 고위급 대표가 9일 화상통화를 통해 양국의 무역합의 이행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측은 추가 관세 철폐를 요구했고, 미국 측은 중국의 국가 주도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는 이날 무역합의 이행과 미·중 무역 교류 협력 확대해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측에 추가 관세 및 제재 철회에 대한 교섭을 제안했고, 중국 경제발전모델과 산업정책 등에 대한 입장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대화에 대해 "실용적이고 솔직하며 건설적인 의견 교환을 했다"고 전했다. '솔직한 대화'라는 표현은 양쪽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할 때 쓰는 외교적 수사로 통한다.

USTR도 성명을 내고 "솔직한 의견 교환 과정에서 양국 통상 관계의 중요성과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중국의 국가 주도적이고 비시장적인 정책·관행으로 인해 미국 근로자와 농민,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양측은 치열한 장외 신경전도 벌였다. USTR 고위 관리들은 화상통화에 앞서 언론에 "이번 회담은 중국과 직접 담판을 짓는 것이 미국의 불만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 판단하는 테스트 성격"이라고 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미국의 다음 조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친강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한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도 지식재산권 보호, 금융 부문 개방 등 실질적 조처를 포함해 진정성 있고 꾸준히 합의를 이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비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 양측의 대화는 지난 4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고율관세 유지와 1단계 무역합의 준수를 골자로 하는 대중 통상전략을 공개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중은 지난해 1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맺었다. 이 때 중국은 2020∼2021년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2017년 대비 2000억달러(약 237조원)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워싱턴 싱크탱크 피터슨국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중국 측 통계 기준 1∼8월 중국의 미국 상품 수입은 목표치의 69% 수준에 그친다.

타이 대표와 류허 부총리의 통화는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미·중은 연내에 양국 간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