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일본 정부 지원을 받아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다.
지난 9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TSMC의 구마모토현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 8000억엔(약 8조5573억원) 중 절반을 경제안보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도 추가경정예산안에 TSMC 공장 건설 지원 비용을 넣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은 오는 31일 열리는 총선(중의원 선거) 이후 편성된다.
소니도 TSMC의 반도체 공장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1위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 역시 차량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TSMC 공장에 전용 설비를 두는 등의 형태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공장은 2024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일본 기업에 우선 공급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올 들어 민관 공동 반도체 사업체를 신설하는 등 관련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TSMC의 일본 내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 조성 사업에 약 190억엔(약 2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1980년대 후반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가량을 차지했던 일본은 관련 산업 육성에 실패하는 바람에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에는 20㎚(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라인이 들어설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첨단 공정이 10㎚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구마모토 공장의 생산라인은 다소 구세대 기술이 적용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SMC가 일본에서 생산할 반도체는 10년 전 기술이 적용된 제품인 데다 다양한 반도체 중 일부만 일본에서 생산된다”며 “TSMC의 공장 건설이 일본의 경제안보로 이어질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