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 승인 역대 최대…경영계 "주52시간 아직 일러"
업무량 증가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근로자가 주 52시간 넘게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특별연장근로’ 신청 및 승인 건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급증한데다 정부도 이를 적극 승인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52시간 제도 전면 도입이 성급했다는 것으로 사실상 자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특별연장근로 신청과 승인건수는 각각 4238건과 3758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사용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부 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주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오래 전부터 있던 규정이지만 '재해·재난' 상황에서만 쓸 수 있어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생산 필수품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승인 요건을 완화하면서 신청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 마스크 생산 업체, 물류업체 등을 위주로 신청건수가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신청 대비 승인율도 증가했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신청 건수는 총 966건에 승인 908건으로 93%가 넘는 승인율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신청이 크게 늘어 4520건 신청 중 4239건이 승인돼 93%의 승인율을 보였다. 올해는 역대 최고 수준의 신청건수가 확실시 된다. 8월 기준으로 4238건이 신청돼 3758건이 승인됐다. 승인율은 88%로 다소 떨어졌다.

신청 대비 높은 승인율과 관련해 ‘주52시간제’ 전면도입이 시기상조였음을 정부 스스로 자인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2018년 3월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고 근로시간 특례 업종까지 대폭 줄이면서, 그 보완책으로 특별연장근로와 유연근로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기존 ‘재해와 재난’으로 한정했던 허용 사유를 △인명보호와 안전확보 △시설·설비의 갑작스러운 고장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증가 △국가경쟁력 위한 연구개발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신청 대비 높은 승인율에 대해 “주52시간제 도입이 아직 이르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주52시간제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기업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00인 미만 중소·중견 기업 사업장의 신청 건수는 3500건이 넘고 승인도 3100건에 육박한다.

사상최대 신청 폭주에도 여전히 제도 활용에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는 허용기간이 기본적으로 '4주 이내'라 건건이 다시 신청을 해야하는 등 행정·절차적 낭비가 심각하다”며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청 자체도 쉽지 않아 제대로 된 보완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용부가 지난 4월 발간한 '특별연장근로 설명자료'에 따르면 ‘업무량의 대폭 증가, 단기간 내에 처리,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 발생 우려’ 등 세가지 요건을 갖춰야만 승인을 해준다고 정하고 있다. 신청에 상당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승인이 주52시간제를 무력화시키는 사실상 ‘프리패스’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한국지엠의 세종 물류센터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승인해 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을 비판했다. 한국지엠은 ‘수출물량의 비정상적 업무량 증가’를 사유로 신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창원의 다른 센터를 폐쇄한 탓에 세종 센터 업무량이 증가한 것인데 실태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승인해 줬다”며 ‘막장행정’이라고 성토했다.

김성원 의원은 "정부가 주52시간제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추진한 결과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사 상생 방안을 마련을 위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