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지난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 총비서 추대 24주년을맞아 만수대 동상에 헌화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지난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 총비서 추대 24주년을맞아 만수대 동상에 헌화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일을 맞았지만 열병식이나 무력 도발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대외선전매체 등을 통해 남북한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이중 기준’을 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남북 관계의 공을 한국에 돌리며 대북제재 완화 등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신보’는 이날 사설에서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남북) 관계 개선과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면 이번 (김정은의) 시정연설의 의미를 똑바로 알고 북남 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중대 과제들부터 해결하려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남 관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확고한 의지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남 관계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남북 관계 악화 원인으로는 한국의 무력 증강과 ‘불순한 언동’, 대미(對美) 추종 등을 꼽았다.

북한은 이날도 대남 비방을 이어간 것과 달리 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무력 도발에 나서지는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이날 일제히 당 창건 76주년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지만 모두 김정은의 ‘위민헌신’ 행보를 강조하거나 중국 등 우방국의 당 창건 축하 현황을 소개한 소식들이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전례에 없던 심야 열병식을 개최하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줄줄이 공개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예년과 달리 북한이 이날 무력 도발에 나서지 않은 이유로는 올해가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닌 점이 꼽힌다. 다만 북한이 지난 4일 55일만에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끊었던 통신선을 다시 복원하고 나서며 향후 남북 관계 개선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화답한듯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유럽 순방 중 바톨드 바슈치코브스키 유럽연합(EU) 의회 외교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대화 복귀 등을 견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인도주의·민생 분야에 있어 대북 제재 완화에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