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아, 해가 나를 - 황인숙(1958~)
한 꼬마가 아이스케키를 쭉쭉 빨면서
땡볕 속을 걸어온다
두 뺨이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
팔과 종아리가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
송사리떼처럼 햇볕을 쪼아먹으려 솟구치는 피톨들
살갗이 탱탱하다
전엔 나도 햇볕을
쭉쭉 빨아먹었지
단내로 터질 듯한 햇볕을

지금은 해가 나를 빨아먹네.

시집 《자명한 산책》(문학과지성사) 中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 아이를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탱탱하고 싱싱한 살갗을. 그 단내 나는 싱그러운 성장을. 세월이 흘러, 어느새 어른이 된 나를 햇볕이 쭉쭉 빨아 먹지만. 그래서 살갗에 주름이 지고 싱싱함을 잃어가고 있지만. 나는 아이스케키를 쭉쭉 빨아먹는 아이의 풍경 속을, 몸이 싱싱해지는 어느 아름다운 한때를 지나왔지요.

김민율 시인(2015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