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의 변화는 화학·식품 등 주요 계열사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학 부문에서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친환경 수소 사업을 위한 역량을 모으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사업에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친환경 성장 로드맵’을 지난 7월 발표했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 성장을 달성해 국내 수소 수요 중 30%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3조원의 매출과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우선 2030년까지 60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중인 부생수소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해 블루수소 16만t을 생산한다. 2030년까지는 그린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해 블루수소와 그린수소(44만t)를 혼합한 60만t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발전·에너지업체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서다. 생산한 그린수소는 암모니아로 변환해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수소는 부피가 크고 폭발성이 강한 데다 액화하려면 극저온(영하 253도) 냉각이 필요해 이송과 저장이 까다롭다.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쉽게 액화할 수 있고, 액화수소 대비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용량이 1.7배가량 크며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수소의 국내 유통은 롯데정밀화학이 전담할 계획이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암모니아 유통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울산에 9만3000t 규모의 국내 최대 암모니아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저장탱크만 8기에 달한다. 중동, 미주 등에서 들여오는 암모니아를 저장탱크에 저온 저장한 뒤 인근 수요처에 지하 배관을 통해 대량 공급하는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은 국내로 들여온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해 수소충전소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SK가스와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합작법인을 연내 설립하기로 했다. 수소충전소는 롯데그룹 물류센터 및 부지 등을 활용해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롯데는 롯데벤처스를 중심으로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푸드테크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2019년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 방문 후 개최한 회의 자리에서 강조한 분야다. 롯데벤처스는 지난 6월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특화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미래식단’ 1기로 5개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선발된 5개 스타트업은 롯데벤처스로부터 5000만~2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GRS 등 롯데그룹 계열사의 제품화·양산화 지원도 받는다.

롯데벤처스는 2016년 설립 이후 다양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15곳에 투자했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152억원 규모의 롯데농식품테크펀드도 조성했다. 더 적극적으로 식품산업에 투자하고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다. 롯데농식품테크펀드로부터 첫 투자를 받은 업체는 대체식품 스타트업 ‘더플랜잇’. 순식물성 마요네즈 ‘잇츠베러마요’와 계란 대체 간식 ‘잇츠베러크래커’ 등 다양한 대체식품을 선보이는 회사다.

롯데벤처스는 최근 국내 최대 가정간편식(HMR) 업체인 ‘프레시지’에도 투자했다. 이외에 해조류를 활용해 육류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HN노바텍’, 천연 생약 성분을 활용해 구강 탈취제를 개발하는 ‘바른’ 등이 롯데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