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첩보기관 출신 탈북자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남파 간첩이 청와대에서 5~6년간 근무한 뒤 북한으로 복귀한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북한 간첩들이 남한의 주요 기관과 다양한 시민 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고위급 탈북자 "北 첩보요원, 1990년대 청와대도 있었다"
BBC는 11일 북한 첩보기관 고위급 출신으로 2014년 탈북했다는 김 모씨(가명·사진)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BBC는 김씨가 30년간 북한의 여러 정보기관에서 일하며 최고위층까지 올라간 인물이며 오랜 설득 끝에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국가정보원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씨는 BBC에 “북한에서의 임무 중 하나는 남한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것으로 (남한에) 눈과 귀를 갖는 것이었다”며 “간첩들이 한국에 가도록 지휘하고 그들을 통해 작전 임무를 수행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 공작원이 파견돼 청와대에서 일하다가 북한으로 돌아온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청와대에서 5~6년간 일한 뒤 안전하게 (북으로) 돌아와 노동당에서 일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은 노태우 정부나 김영삼 정부 때다. 그는 현재도 “북한 공작원들이 한국의 중요 기관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민 사회 단체에서 활발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BBC씨는 김씨 증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순 없었지만, 그의 신원을 확인했고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들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간첩행위로 체포된 북한의 남파 공작원들이 한 때 남한의 교도소에 많았지만, 북한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쪽으로 정보 수집 방법을 바꾸면서 2017년 이후 적발되는 간첩 수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일은 1980년대 사이버전쟁을 위해 새로운 인력들을 훈련시키라고 명령했다”며 “모란봉대학 등이 가장 똑똑한 인재들을 6년간 특별 교육해 해커들로 양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전 고위급 탈북자들도 북한의 사이버 부대 규모를 약 6000명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김 씨는 “테러는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일·김정은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며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은 북한 정보기관 관료·요원들 사이에선 자긍심으로 여겨지고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불법 무기 수출과 마약 생산으로 이른바 ‘혁명 자금’으로 불리는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통치자금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정일 체제 북한에서 마약 생산은 고난의 행군 기간에 최고조에 달했다”며 그가 외국에서 전문가 3명을 북한으로 데려가 마약 생산기지를 건설했다고 했다. 또 북한이 이란뿐 아니라 장기간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미얀마, 리비아, 수단 등에 북한산 무기를 수출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한국에 온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북한에서) 세웠던 전략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0.01%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