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성 교수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 소득 불평등·분배문제 연구에도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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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茶山경제학상 수상 - 장용성 서울대 교수
임금 경직성으로 발생한
노동시장 왜곡 해소 방법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실려
가계의 위험자산 비율과
고용 리스크 연관성에도 관심
임금 경직성으로 발생한
노동시장 왜곡 해소 방법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실려
가계의 위험자산 비율과
고용 리스크 연관성에도 관심
한평생 실사구시 학문과 제자 양성에 매진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을 기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전공 수업에서 정교한 방법으로 현실을 설명하는 경제학이 매력적이었다. 지적 호기심이 채워지지 않던 차에 대학원 이론경제 연구실에서 훌륭한 선배들이 유학 가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어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박사 시절을 보낸 미국 로체스터대에는 거시경제 연구를 주도하던 라오 아이야가리, 휴고 호펜하인, 로버트 킹, 앨런 스톡먼, 퍼 크러셀, 서지오 레벨로, 제러미 그린우드 등 연구 절정기의 학자가 많았다. 지도교수 마크 빌스를 만난 것은 인생 최고 행운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거시경제 모형 검증 과정에서 미시자료를 활용하는 연구 흐름을 주도하는 등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풍부한 인간적 매력과 넘치는 유머로 주변 사람들을 늘 기분 좋게 해주는 모습도 본받고 싶었다.
졸업 후 조교수로 부임한 첫 직장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절정기에 이른 리처드 로저슨, 빅토 리오스룰, 랜디 라이트 교수 등을 가까이 지켜보며 많이 배웠다. 프랭크 쇼프하이데와는 조교수로서의 애환을 함께 나누며 공저자 겸 친구가 됐다. 당시 박사과정을 보내던 김선빈(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을 만나 20년 넘게 함께 연구한 것도 큰 행운이었다. 두 번째 직장인 미국 리치먼드연방은행에서는 연구와 정책을 병행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동년배 이코노미스트들과 어울려 즐거운 직장 생활을 했다. 당시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은행의 장기자문교수로서 매년 두 차례 방문해 교류하고 있다.
내 연구 분야는 거시경제학으로, 크게 네 가지 주제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질적 경제주체로 이뤄진 일반균형 거시모형 개발·응용이다. 기존 거시경제 모형은 분석 편의상 대표적 개인이나 동질적 경제주체를 가정해 여러 가지 한계를 보였다.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을 활용해 미시적 노동과 거시적 노동 공급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김선빈 교수와 20년 넘게 했다. 2000년 여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학회에서 첫 연구 결과를 발표했을 때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가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을 내다버리란 말이냐”고 반문하자 너무 당황해 제대로 답을 못했다. 낙심해 연구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몇 년 뒤 사전트 교수가 우리 논문을 활용해 수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가 집필한 대학원 교과서에 ‘장용성·김선빈 이코노미(Chang-Kim Economy)’라는 분야를 할애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은 소득 불평등과 분배 문제도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어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복잡한 계산이 가능해진 만큼 활용도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는 미시자료를 이용한 거시노동시장의 동태적 분석이다. 지도교수 마크 빌스가 선구적 역할을 하던 분야다. 거시경제 분석에서 소외됐던 미시자료가 이제는 거시모형 검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임금 경직성으로 발생한 노동시장 왜곡이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생산성 조정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빌스, 김선빈과의 공동연구는 2014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소개됐다.
세 번째는 베이지안 벡터자기회귀모형(VAR)을 활용해 거시모형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펜실베이니아대 동료였던 쇼프하이데가 선구적 역할을 해온 분야다. 처음 발표 직후인 1999년 냉소적 반응에 낙담했지만 약 20년이 지난 지금 각국 중앙은행이 이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 시카고연방은행은 매년 이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네 번째 주제는 노동시장 불확실성이 가계의 금융자산 보유에 미치는 영향이다. 홍재화 서울대 교수, 리치먼드연방은행의 마리오스 카라바보니스, 이쳉 왕 베이징대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노동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가계일수록 위험자산 보유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을 입증했다. 가계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이해하려면 금융시장은 물론 노동시장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다. 큰 상을 받게 된 것은 오롯이 인내심 있는 훌륭한 공저자들을 만난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공저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늘 묵묵히 내조해준 아내, 어릴 적부터 롤모델이 돼준 두 형에게 감사하다. 한결같은 지지와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지난 6월 돌아가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시상식을 직접 보셨다면 그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것이다.
■ 장용성 서울대 교수
△1966년생
△1989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1991년 서울대 경제학부 석사
△1997년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1997~2003년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조교수
△2003~2004년 미국 리치먼드연방은행 선임 경제학자
△ 2004~2007년 서울대 경제학부 부교수
△2007~2018년 미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수
△2018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12년~ 미 리치먼드연방은행 자문교수
△2008년~ 통화경제학저널 부편집인
△2021년~ 한국경제리뷰 편집위원장
△ 2013년 조락교 경제학상 수상
졸업 후 조교수로 부임한 첫 직장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절정기에 이른 리처드 로저슨, 빅토 리오스룰, 랜디 라이트 교수 등을 가까이 지켜보며 많이 배웠다. 프랭크 쇼프하이데와는 조교수로서의 애환을 함께 나누며 공저자 겸 친구가 됐다. 당시 박사과정을 보내던 김선빈(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을 만나 20년 넘게 함께 연구한 것도 큰 행운이었다. 두 번째 직장인 미국 리치먼드연방은행에서는 연구와 정책을 병행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동년배 이코노미스트들과 어울려 즐거운 직장 생활을 했다. 당시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은행의 장기자문교수로서 매년 두 차례 방문해 교류하고 있다.
내 연구 분야는 거시경제학으로, 크게 네 가지 주제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질적 경제주체로 이뤄진 일반균형 거시모형 개발·응용이다. 기존 거시경제 모형은 분석 편의상 대표적 개인이나 동질적 경제주체를 가정해 여러 가지 한계를 보였다.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을 활용해 미시적 노동과 거시적 노동 공급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김선빈 교수와 20년 넘게 했다. 2000년 여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학회에서 첫 연구 결과를 발표했을 때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가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을 내다버리란 말이냐”고 반문하자 너무 당황해 제대로 답을 못했다. 낙심해 연구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몇 년 뒤 사전트 교수가 우리 논문을 활용해 수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가 집필한 대학원 교과서에 ‘장용성·김선빈 이코노미(Chang-Kim Economy)’라는 분야를 할애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은 소득 불평등과 분배 문제도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어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복잡한 계산이 가능해진 만큼 활용도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는 미시자료를 이용한 거시노동시장의 동태적 분석이다. 지도교수 마크 빌스가 선구적 역할을 하던 분야다. 거시경제 분석에서 소외됐던 미시자료가 이제는 거시모형 검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임금 경직성으로 발생한 노동시장 왜곡이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생산성 조정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빌스, 김선빈과의 공동연구는 2014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소개됐다.
세 번째는 베이지안 벡터자기회귀모형(VAR)을 활용해 거시모형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펜실베이니아대 동료였던 쇼프하이데가 선구적 역할을 해온 분야다. 처음 발표 직후인 1999년 냉소적 반응에 낙담했지만 약 20년이 지난 지금 각국 중앙은행이 이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 시카고연방은행은 매년 이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네 번째 주제는 노동시장 불확실성이 가계의 금융자산 보유에 미치는 영향이다. 홍재화 서울대 교수, 리치먼드연방은행의 마리오스 카라바보니스, 이쳉 왕 베이징대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노동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가계일수록 위험자산 보유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을 입증했다. 가계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이해하려면 금융시장은 물론 노동시장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다. 큰 상을 받게 된 것은 오롯이 인내심 있는 훌륭한 공저자들을 만난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공저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늘 묵묵히 내조해준 아내, 어릴 적부터 롤모델이 돼준 두 형에게 감사하다. 한결같은 지지와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지난 6월 돌아가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시상식을 직접 보셨다면 그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것이다.
■ 장용성 서울대 교수
△1966년생
△1989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1991년 서울대 경제학부 석사
△1997년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1997~2003년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조교수
△2003~2004년 미국 리치먼드연방은행 선임 경제학자
△ 2004~2007년 서울대 경제학부 부교수
△2007~2018년 미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수
△2018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12년~ 미 리치먼드연방은행 자문교수
△2008년~ 통화경제학저널 부편집인
△2021년~ 한국경제리뷰 편집위원장
△ 2013년 조락교 경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