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000대도 안 팔리더니…대형 올레드TV 44배 급증 왜?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제품이 크면 클수록 잘 팔리는 ‘거거익선’ 트렌드가 먹히지 않던 시장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88인치 제품 가격은 4000만원 선. 큰 TV를 좋아해도 선뜻 지갑을 열기 힘든 가격대였다. 지난해 80인치 이상 올레드 TV가 1000대도 팔리지 않았던 배경이다.

올레드 TV 시장에 거거익선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80인치 이상 올레드 TV 출하량은 4만1000대로 예상된다. 지난해(900대)의 4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1년에 1000대도 안 팔리더니…대형 올레드TV 44배 급증 왜?
LG전자가 가격을 낮춘 83인치 제품을 선보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집에서도 극장에서처럼 고화질 대화면으로 영화·스포츠를 즐기려는 수요가 있기에 가격만 구매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8K(7680×4320)가 아니라 4K(3840×2160) 해상도로 출시해 가격을 88인치 모델의 4분의 1로 낮췄다. 올레드 TV로는 4K 해상도로도 대형 화면에서 충분히 뛰어난 화질을 체감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 제품에 탑재된 패널은 HDR(고명암대비) HFR(고프레임레이트) 기능을 갖춰 대형 화면에서도 영상을 촘촘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해 준다. 이 제품은 올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 게이밍과 영상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각각 혁신상을 차지했다.

LG전자 83인치 올레드 TV는 출시하자마자 무섭게 팔려나갔다. 출시 첫 분기 판매량이 8000대 정도로 지난해 LG전자의 히트작인 48인치 모델(1만 대)과 비슷했다. 옴디아는 올해 출하되는 80인치 이상 올레드 TV 중 83인치 모델이 3만9700대로 97%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레드 TV엔 유기화합물이 전기에너지를 받아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현상을 응용한 자발광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LCD(액정표시장치)를 기반으로 하는 일반 TV와 달리 빛을 내는 부품인 백라이트(후면광판)가 없다.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자연스러운 색을 구현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