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한데 묶은 MZ세대, '억지 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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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커뮤니티서 공감대
밀레니얼·Z세대 '한덩어리' 취급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 많아
"젊은층 이해 못하는 기성세대
MZ란 신조어로 같은세대 취급"
밀레니얼·Z세대 '한덩어리' 취급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 많아
"젊은층 이해 못하는 기성세대
MZ란 신조어로 같은세대 취급"
‘대학생들의 블라인드’로 통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지난달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관한 글이 올라와 수많은 공감 댓글이 달린 적이 있다. 에브리타임 내 서울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의 요지는 ‘MZ세대라는 단어로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생)와 Z세대(1996~2010년생)를 한데 묶는 요즘의 사회 풍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대학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들은 “MZ세대라는 단어는 기자들이 만들고 기자들만 쓰는 말”, “윗세대 입장에서 이해 안 가는 젊은 세대면 다 MZ세대”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이 단어에 정작 당사자 중 상당수는 공감하지 못하는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억지 밈(강요된 유행)이라고 생각해요. 무려 30년을 한 세대로 묶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요즘은 트렌드가 하도 확확 변해 Z세대 안에서도 문화 차이가 느껴지는걸요.”(21세 대학생 한모씨)
“서른아홉 살 팀장님이 나랑 같은 MZ세대라고 하면 누가 공감하나요. 팀장님은 학생 때 ‘네이트온’을 썼고, 나는 ‘버디버디’ 세대인데요. 회식·결혼·젠더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감대가 거의 없습니다.”(29세 직장인 김모씨)
특정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한 세대로 묶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X세대(1975~1984년생), 86세대(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 같은 선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Z세대, 그중에서도 특히 Z세대가 MZ세대로 묶이는 데 난감함을 표출하는 것은 198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강민정 씨(27)는 “기성세대가 다양한 유형의 젊은 세대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 ‘요새 젊은이들은 다 이렇다’며 한 덩어리로 취급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MZ세대는 그 안에서도 가치관 차이를 드러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세대별 사회인식 및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Z세대와 ‘후기 밀레니얼’ 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심한 영역으로 ‘젠더 갈등’을 꼽았다.
반면 1981~1988년 출생자인 ‘전기 밀레니얼’ 세대는 ‘정치이념 갈등’을 들었다. “Z세대보다는 윗세대인 X세대와 비슷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기 밀레니얼과 X세대는 2, 3위 답변도 각각 빈부 갈등, 젠더 갈등으로 같았다.
이 같은 세대 구분이 미국식이어서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학계에서 나온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국인이 특정 시기에 겪은 사회 경험과 한국인의 경험이 같을 수 없다”며 “한국 나름의 사회문화적 사건을 고려해 미국식 세대 구분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생부터 베이비부머로 칭하지만 한국은 6·25전쟁 이후인 1955년생부터를 베이비부머로 부르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이런 논리에 맞춰 1985~1996년 출생자를 밀레니얼 세대, 1997년생부터를 Z세대로 볼 것을 제안했다. 1980년대 초반생은 X세대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조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극심한 경쟁을 겪어 게임의 룰을 중요시하는 게 특징”이라며 “인구가 많은 이전 세대에 밀려 입시는 물론 취업 과정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Z세대의 특성은 ‘스마트폰·다양성·글로벌’로 요약된다. 조 교수는 “Z세대는 TV에서 PD가 가공하고 고른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인터넷과 SNS에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으며 자랐다”며 “밀레니얼과 Z세대는 같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대부분 대학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들은 “MZ세대라는 단어는 기자들이 만들고 기자들만 쓰는 말”, “윗세대 입장에서 이해 안 가는 젊은 세대면 다 MZ세대”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이 단어에 정작 당사자 중 상당수는 공감하지 못하는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너무 먼 M과 Z
“억지 밈(강요된 유행)이라고 생각해요. 무려 30년을 한 세대로 묶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요즘은 트렌드가 하도 확확 변해 Z세대 안에서도 문화 차이가 느껴지는걸요.”(21세 대학생 한모씨)
“서른아홉 살 팀장님이 나랑 같은 MZ세대라고 하면 누가 공감하나요. 팀장님은 학생 때 ‘네이트온’을 썼고, 나는 ‘버디버디’ 세대인데요. 회식·결혼·젠더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감대가 거의 없습니다.”(29세 직장인 김모씨)
특정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한 세대로 묶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X세대(1975~1984년생), 86세대(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 같은 선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Z세대, 그중에서도 특히 Z세대가 MZ세대로 묶이는 데 난감함을 표출하는 것은 198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강민정 씨(27)는 “기성세대가 다양한 유형의 젊은 세대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 ‘요새 젊은이들은 다 이렇다’며 한 덩어리로 취급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MZ세대는 그 안에서도 가치관 차이를 드러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세대별 사회인식 및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Z세대와 ‘후기 밀레니얼’ 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심한 영역으로 ‘젠더 갈등’을 꼽았다.
반면 1981~1988년 출생자인 ‘전기 밀레니얼’ 세대는 ‘정치이념 갈등’을 들었다. “Z세대보다는 윗세대인 X세대와 비슷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기 밀레니얼과 X세대는 2, 3위 답변도 각각 빈부 갈등, 젠더 갈등으로 같았다.
“세대 구분, 현실과 괴리돼”
이 같은 세대 구분이 미국식이어서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학계에서 나온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국인이 특정 시기에 겪은 사회 경험과 한국인의 경험이 같을 수 없다”며 “한국 나름의 사회문화적 사건을 고려해 미국식 세대 구분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생부터 베이비부머로 칭하지만 한국은 6·25전쟁 이후인 1955년생부터를 베이비부머로 부르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이런 논리에 맞춰 1985~1996년 출생자를 밀레니얼 세대, 1997년생부터를 Z세대로 볼 것을 제안했다. 1980년대 초반생은 X세대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조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극심한 경쟁을 겪어 게임의 룰을 중요시하는 게 특징”이라며 “인구가 많은 이전 세대에 밀려 입시는 물론 취업 과정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Z세대의 특성은 ‘스마트폰·다양성·글로벌’로 요약된다. 조 교수는 “Z세대는 TV에서 PD가 가공하고 고른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인터넷과 SNS에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으며 자랐다”며 “밀레니얼과 Z세대는 같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