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랭거 "코로나 극복도 미래도, 인재·데이터에 달렸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무명 기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뒤 단숨에 미국 S&P500기업에 들어가며 운명이 달라졌다. 작은 벤처기업이 어떻게 대형 제약회사인 화이자와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걸까.

모더나 공동 창업자인 로버트 랭거 미국 MIT 교수(사진)는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 비결을 “기술과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랭거 교수는 2010년 티머시 스프링거 하버드대 의대 교수, MIT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누바 아페얀 등과 함께 모더나를 세웠다.

랭거 교수는 “모더나는 작은 회사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연구자들이 모여 있어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기업이지만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해 메신저리보핵산(mRNA)과, 이를 인체에서 실어나르는 나노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마르코 이안시티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HBS) 교수는 “모더나는 연구개발(R&D)에 주력하는 전통적인 바이오회사와 달리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완성한 완전히 다른 유형의 바이오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랭거 교수는 “코로나19 극복 여부도 데이터와 인재에 달린 것 같다”며 “데이터에 기반해 백신과 치료제 등으로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이 1차 방어선을 맡고 치료제와 마스크가 2·3차 방어선 역할을 하면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달부터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을 시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선 “기술력이 좋기 때문에 언젠가는 백신 원액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한국 기업의 최대 강점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 경쟁력을 앞으로도 잘 살려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랭거 교수는 백신 특허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백신 특허를 대가 없이 공유하면 누가 백신을 개발하려 하고 또 누가 그 기업에 투자하겠냐”며 “자본주의 시스템과 완전히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우섭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