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고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저축은행 대출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2금융권 대출 문턱도 1금융권 못지않게 높아지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등 신용카드사의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9조604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6.2%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각 카드사에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전년 대비 6% 내외)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신규 카드론이 사실상 닫히게 됐다는 평가다. 당국은 지난달 카드론 등 증가율이 10%를 웃도는 현대·롯데카드 임원들을 불러 경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거나 한도를 이전보다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카드론 금리도 오름세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지난 8월말 기준 카드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연 1~2%가량 올랐다. 카드사들이 카드론 공급을 줄이고 있는 만큼 서민들의 금리 부담도 뒤따르고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도 카드론 억제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대출은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빠져 있다. 내년 7월부터 DSR에 편입될 예정인데 금융권에선 당국이 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카드사(6%)보다 훨씬 높은 21.1%다. 하지만 저축은행 대출 공급량도 넉넉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17곳이 이미 전년 대비 21.1%를 넘어섰다. 15%를 넘긴 곳도 4곳이다. 저축은행 업계가 올초부터 중금리 대출 확대를 통해 공격적으로 여신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총량규제를 맞추기 위해 저축은행들도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섰다. 8월부터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신용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한 저축은행도 나타났다. 토스 등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곳도 있다.

저축은행별로 대출 공급 한도 소진율도 차이가 큰 편이다. 총자산 기준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은 현재 총량규제 선까지 한도가 여유 있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량규제가 전년 대비 증가율 형식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대형 저축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