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체크카드를 예전보다 많이 쓰면 늘어난 사용액 일부를 돌려주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제도 신청이 시작된 1일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카드를 이용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용·체크카드를 예전보다 많이 쓰면 늘어난 사용액 일부를 돌려주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제도 신청이 시작된 1일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카드를 이용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명 '카드 캐시백'이라 불리는 상생소비지원금 제도가 지난 1일부터 도입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월 최대 10만원 환급'을 따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아서다.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인 사람이 최대 환급금인 1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10월 한 달간 써야 할 금액은 203만원에 달한다. 증가액 103만원 중 3만원(3%)을 제외한 100만원의 10%를 충족해서다. 사실상 자신이 지금껏 써오던 월평균의 2배 이상을 써야만 10만원이 돌아오는 셈이다.

이에 개인의 과소비 행태를 부를 여지가 큰 정부의 '카드 캐시백'에 집착하기보단, 생활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혜자카드'를 찾는 게 더 이득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서 20% 할인 혜택을 받거나 결제금액 일부를 주식 계좌로 입금하는 서비스가 적용되는 등 개인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카드 혜택이 각광받으면서다.

넷플릭스 시청부터 공과금까지 다 줄인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NH농협·현대·신한카드가 생활밀착형 할인·적립 혜택에 비대면 지출 수요까지 충족하는 신용카드를 내세우면서 고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전월 실적과 조건에 제약받지 않는 카드가 포진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실제로 국내 카드 정보 사이트 카드고릴라가 지난 7~9월 이용자들의 상품 조회 수와 신청 실적을 바탕으로 집계한 '올해 3분기 인기 신용카드 순위'에 따르면, 이들 카드는 1위에서 4위까지 상위권 자리를 모두 점령했다.

사진=NH농협카드
사진=NH농협카드
최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용카드는 'NH농협카드 올바른 플렉스'다. 연회비는 1만원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멜론 등 온라인 구독 서비스에 최대 20%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에서도 10% 청구 할인이 적용된다. 온라인 쇼핑 영역에 해당하는 쿠팡, G마켓, 11번가, 티몬에서도 5%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타벅스에서는 무려 50%, CGV·롯데시네마에서는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하철·버스를 이용할 때나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에서 통신 요금 납부할 때도 7% 할인 혜택이 따라간다. 청구 할인 혜택은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 시 제공되며 최대 월 3만2000원, 연 38만4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가맹점 가리지 않고 혜택…생활형 '혜자카드' 각광

NH농협 올바른 플렉스 카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영역으로 퍼진 비대면 지출 수요를 끌어들였다면, 가맹점과 업종을 가리지 않는 혜택으로 열풍을 몰고 있는 '무조건 카드'도 있다. '현대카드 제로에디션2(할인형)'이 그 주인공이다. 이 카드는 모든 가맹점에서 0.7%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온라인 간편결제와 편의점, 카페, 대중교통에서 1.5%의 추가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전월 실적 조건도 없다. 월평균 생활비가 많이 드는 중장년층은 물론 씀씀이가 적은 새내기 직장인까지 쓸어모은 이유다. 연회비가 1만원으로 저렴하고 적립 한도가 없다는 점도 소비자 발길을 붙잡은 요소다.

사진=신한카드
사진=신한카드
생활비를 줄여준다는 이유로 각광받는 카드는 신한카드에도 있다. '신한카드 더모아'는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부터 남다르다. 5000원 이상 결제를 하면 1000원 단위 미만 금액을 모두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기본 적립 가맹점에서 5990원을 결제하면 990원이 내 지갑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통신과 배달, 구독 서비스는 포인트가 두 배로 쌓인다. 요기요 앱을 통해 5990원을 결제하면 1980원이 포인트로 적립되는 식이다. 적립 한도와 적립 제한 업종은 없다. 조건은 월 30만원 이상 사용이 전부다. 쌓인 포인트는 신한은행의 달러예금 계좌나 신한금융투자 주식 계좌로 바로 입금된다. 번거로운 절차 없이 바로 주식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단 의미다.

'신한카드 미스터 라이프'는 자취생이 지녀야 할 필수 카드라고 불린다. 공과금, 세탁소는 물론 편의점, 병원, 약국 등 실생활에 밀접한 업종을 중심으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해서다. 주말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에서 결제금액 5만원까지 10%를 할인해준다. SK,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주유소에서 주유할 때는 1회 10만원, 월 30만원까지 할인이 적용된다. 이외에도 온라인 쇼핑, 택시, 식음료 업종에서도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1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서비스 등 여행이나 문화생활에 혜택이 몰린 카드가 주목받았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실생활에 밀접한 소비와 비대면 소비에 혜택이 집중된 카드로 고객들의 수요가 쏠리고 있다"며 "위드 코로나 결정 이후 카드업계의 동향이 변화할 수 있겠으나, 당분간은 카드사들이 생활밀착형 카드 출시 및 운영에 보다 많은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