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포드 선택 받지 못해 충격적"…미래차엔 고향 없다 [김일규의 네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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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전기요금 비싼 '고향' 미시간 대신 테네시에 새 공장
테슬라는 법인세 높은 캘리포니아 등지고 텍사스에 새 본사
미시간 등 북동부 강성 노조도 미래차 입지 꺼리게 하는 이유
앨라배마, 조지아 등 남동부 선벨트는 최저임금도 상대적으로 낮아
한국은 노조, 규제, 지역 이기주의 등에 신사업 가로 막혀
테슬라는 법인세 높은 캘리포니아 등지고 텍사스에 새 본사
미시간 등 북동부 강성 노조도 미래차 입지 꺼리게 하는 이유
앨라배마, 조지아 등 남동부 선벨트는 최저임금도 상대적으로 낮아
한국은 노조, 규제, 지역 이기주의 등에 신사업 가로 막혀
“미시간이 포드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충격적이다.”(미시간주 출신 팀 월버그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포드와 SK온(전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역대 최대인 114억 달러를 들여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나온 반응이다. 이 투자액엔 포드가 테네시에 따로 짓는 전기차 공장도 포함돼 있다. 테네시에 신설될 배터리 합작공장과 전기차 공장 복합단지는 100년이 넘는 역사의 포드 미시간 공장 규모의 세 배에 달한다. 미국 블룸버그는 “포드 본사가 위치한 미시간에 경종을 울렸다”고 분석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부문 대규모 투자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이 입지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전통의 자동차 중심지에서 벗어나 전기요금·세금·인건비가 낮고, 유연한 고용환경을 제공하는 지역을 찾아 공장을 짓고 있다. 텍사스·테네시·앨라배마·조지아주(州)로 이어지는 미국 동남부 지역(선벨트)이 대표적이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의 본사가 위치한 미시간의 공장들은 미국 내연기관 엔진 6분의 1과 변속기 3분의 1을 생산한다. 코로나19 이전 미시간에서 내연기관을 생산하는 근로자는 3만2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미시간의 높은 전기요금이 큰 단점으로 지적됐다. 미시간 전기요금은 kWh당 8센트로, 미국 평균인 7.53센트보다 높은 것은 물론 포드·SK온이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테네시(5.85센트), 켄터키(6.06센트)와 비교하면 30% 안팎 비싸다.
포드·SK온 합작공장의 총 생산능력은 연 129GWh에 달한다. 배터리 공장의 에너지 소비량은 일반 자동차 공장보다 다섯 배 높다. 전기요금이 테네시·켄터키와 미시간의 승패를 가른 이유 중 하나라는 게 미 경제매체들의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내 두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도 테네시에 들어설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주주총회에서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를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옮긴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높은 집값과 장거리 출퇴근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세계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는 앞서 주(州) 법인세, 개인 소득세가 없는 오스틴에 새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텍사스는 주(州) 법인세가 없다. 최고 1%의 영업세만 물릴 뿐이다. 테슬라가 새 공장을 텍사스에 짓는 이유 중 하나다.
이곳엔 개인 소득세도 없다.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가 지난해 텍사스로 이사한 것도 소득세 때문이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주 법인세(8.84%)와 소득세(13.3%)를 물리는 캘리포니아와 대조적이다.
미시간이 강성 노조의 거점이라는 점도 입지 전략에서 후순위로 밀린 이유다. 미시간을 중심으로 한 미국 북동부 러스트벨트는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주요 활동 지역이다.
반면 남부 선벨트 주들은 노조 입김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이들 주는 개별 근로자가 노조에 강제 가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노동권리법(right towork law)을 상당수 채택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일본, 독일 자동차 업체에 이어 GM, 포드, 테슬라가 강성 노조 등 제약 요건을 피해 미국 남부 지역에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벨트 주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도 장점이다. 미국은 주별 최저임금이 다른데, 동남부 주들의 최저임금은 다른 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주 최저임금제가 아예 없는 테네시와 앨라배마는 연방 최저시급(7.25달러)을 따르고 있고, 텍사스와 조지아도 주 최저시급(7.25달러)을 연방 수준에 맞췄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최저시급이 14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미래차 기업들은 규제가 없는 지역을 찾아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셀 합작공장 입지로 선택한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대통령령을 통해 전기차 사치세를 면제했다.
독일 정부는 올해 세계 최초로 레벨 4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게 허용했다. 레벨 4는 차량이 모든 상황에서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통제하는 완전자율주행 단계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즉각 호응했다. 인텔의 자율주행 부문 모빌아이는 지난달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내년 뮌헨에 50대의 자율주행 택시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글로벌 미래차 기업들의 입지 매력이 거의 없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미국에서만 매달 7000대가량 팔리는 인기 모델이다. 회사 측은 지난달 팰리세이드를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연 2만 대 더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밥그릇을 뺏길 수 없다’는 울산공장 노동조합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신기술 개발은 정부 규제에 발목 잡혀 있다. 테슬라가 자랑하는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국내에선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정비소 외 장소에서 정비를 금지한 자동차관리법 때문이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지역 이기주의도 현대차엔 장벽이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양재동조차 수소충전소가 없다. 안전성이 입증됐음에도 “위험하다”며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때문이다.
이런 난제들을 풀어야 할 경영진은 내년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을 포함해 반기업 정서에 밀려 2000개 이상으로 늘어난 형사처벌 항목 때문에 숨죽이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율, 최저임금마저 급격히 인상됐다"며 “국내에서만 연 30만 대를 판매하는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포드와 SK온(전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역대 최대인 114억 달러를 들여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나온 반응이다. 이 투자액엔 포드가 테네시에 따로 짓는 전기차 공장도 포함돼 있다. 테네시에 신설될 배터리 합작공장과 전기차 공장 복합단지는 100년이 넘는 역사의 포드 미시간 공장 규모의 세 배에 달한다. 미국 블룸버그는 “포드 본사가 위치한 미시간에 경종을 울렸다”고 분석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부문 대규모 투자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이 입지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전통의 자동차 중심지에서 벗어나 전기요금·세금·인건비가 낮고, 유연한 고용환경을 제공하는 지역을 찾아 공장을 짓고 있다. 텍사스·테네시·앨라배마·조지아주(州)로 이어지는 미국 동남부 지역(선벨트)이 대표적이다.
○전기요금 비싼 미시간 외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의 본사가 위치한 미시간의 공장들은 미국 내연기관 엔진 6분의 1과 변속기 3분의 1을 생산한다. 코로나19 이전 미시간에서 내연기관을 생산하는 근로자는 3만2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미시간의 높은 전기요금이 큰 단점으로 지적됐다. 미시간 전기요금은 kWh당 8센트로, 미국 평균인 7.53센트보다 높은 것은 물론 포드·SK온이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테네시(5.85센트), 켄터키(6.06센트)와 비교하면 30% 안팎 비싸다.
포드·SK온 합작공장의 총 생산능력은 연 129GWh에 달한다. 배터리 공장의 에너지 소비량은 일반 자동차 공장보다 다섯 배 높다. 전기요금이 테네시·켄터키와 미시간의 승패를 가른 이유 중 하나라는 게 미 경제매체들의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내 두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도 테네시에 들어설 예정이다.
○주 법인세 없는 텍사스 최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주주총회에서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를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옮긴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높은 집값과 장거리 출퇴근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세계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는 앞서 주(州) 법인세, 개인 소득세가 없는 오스틴에 새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텍사스는 주(州) 법인세가 없다. 최고 1%의 영업세만 물릴 뿐이다. 테슬라가 새 공장을 텍사스에 짓는 이유 중 하나다.
이곳엔 개인 소득세도 없다.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가 지난해 텍사스로 이사한 것도 소득세 때문이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주 법인세(8.84%)와 소득세(13.3%)를 물리는 캘리포니아와 대조적이다.
○강성 노조, 고임금 피해 미 남부로
미시간이 강성 노조의 거점이라는 점도 입지 전략에서 후순위로 밀린 이유다. 미시간을 중심으로 한 미국 북동부 러스트벨트는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주요 활동 지역이다.
반면 남부 선벨트 주들은 노조 입김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이들 주는 개별 근로자가 노조에 강제 가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노동권리법(right towork law)을 상당수 채택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일본, 독일 자동차 업체에 이어 GM, 포드, 테슬라가 강성 노조 등 제약 요건을 피해 미국 남부 지역에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벨트 주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도 장점이다. 미국은 주별 최저임금이 다른데, 동남부 주들의 최저임금은 다른 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주 최저임금제가 아예 없는 테네시와 앨라배마는 연방 최저시급(7.25달러)을 따르고 있고, 텍사스와 조지아도 주 최저시급(7.25달러)을 연방 수준에 맞췄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최저시급이 14달러에 달한다.
○규제 없는 곳 찾아 삼만리
글로벌 미래차 기업들은 규제가 없는 지역을 찾아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셀 합작공장 입지로 선택한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대통령령을 통해 전기차 사치세를 면제했다.
독일 정부는 올해 세계 최초로 레벨 4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게 허용했다. 레벨 4는 차량이 모든 상황에서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통제하는 완전자율주행 단계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즉각 호응했다. 인텔의 자율주행 부문 모빌아이는 지난달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내년 뮌헨에 50대의 자율주행 택시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글로벌 미래차 기업들의 입지 매력이 거의 없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미국에서만 매달 7000대가량 팔리는 인기 모델이다. 회사 측은 지난달 팰리세이드를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연 2만 대 더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밥그릇을 뺏길 수 없다’는 울산공장 노동조합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신기술 개발은 정부 규제에 발목 잡혀 있다. 테슬라가 자랑하는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국내에선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정비소 외 장소에서 정비를 금지한 자동차관리법 때문이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지역 이기주의도 현대차엔 장벽이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양재동조차 수소충전소가 없다. 안전성이 입증됐음에도 “위험하다”며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때문이다.
이런 난제들을 풀어야 할 경영진은 내년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을 포함해 반기업 정서에 밀려 2000개 이상으로 늘어난 형사처벌 항목 때문에 숨죽이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율, 최저임금마저 급격히 인상됐다"며 “국내에서만 연 30만 대를 판매하는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