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이 南한테 '비만'이라 말한 이유는?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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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핵 보유국 인정"
“최근 들어 도가 넘을 정도로 노골화되는 남조선(한국)의 군비 현대화 시도를 봐도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군사적 환경이 변화될 내일을 쉽게 짐작할수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참석해 “앞에서는 평화, 협력, 번영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 무슨 위협에 대처한다고 하면서 미국과 남조선이 빈번히 벌려놓는 각이한 군사연습들의 내용을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합니다. 한반도 정세 불안정의 원인을 우리 군의 전력 증강에 돌린 것입니다.
정부가 남북한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 항상 언급하는 ‘3년 전 봄날’에 대해서는 “우리 국가 앞에 조성된 군사적 위험성은 10년 전, 5년 전, 아니 3년 전과도 또 다르다”고 말합니다. 2018년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과 현재는 완전히 다르고, 그 원인이 3년새 계속된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김정은은 우리 군의 최근 대북 억제력 확보 행보를 일일이 거론합니다. 김정은은 이날 한·미 연합군사훈련, 스텔스 전투기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등을 언급하며 “남조선의 이같이 도가 넘치는 시도도 방치해두기 위험한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인 태도”라고 주장합니다.
이어 “문제로(가) 되는 남조선의 과도한 군사적비만증과 과욕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조종 밑에 지금 조선반도 주변의 군사·정치적인 환경 변화는 많은 전망적인 위험을 배태하고 있다”며 “우리가 더욱 강력한 실체로 변해야 할 절박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자신들이 더 강력한 군사력 증강, 다시 말해 핵·미사일 개발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의 ‘군사적 비만증’을 꼽은 것입니다.
“우리의 자위적 권리까지 훼손시키려고 할 경우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박성 경고도 내놓습니다. 김정은은 “(한국이) 우리 상용 무기 시험까지도 무력도발이라느니 위협이라느니 긴장을 고조시키는 부적절한 행위라느니 하는 딱지들을 잔뜩 붙여놓는다”며 “미국을 위시한 적대 세력들의 반(反)공화국 목소리를 솔선 선창하는데 나서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안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도 ‘상용 무기 시험’이라 주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 김정은의 연설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이중기준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김정은은 “조선반도에 조성된 불안정한 현 정세하에서 우리의 군사력을 그에 상응하게 부단히 키우는 것은 우리 혁명의 시대적 요구”라며 “강력한 군사력 보유 노력은 평화적인 환경에서든 대결적인 상황에서든 주권 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위적인 자위적이며 의무적 권리이고 중핵적인 국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핵’이라는 단어만 들어가지 않았을 뿐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을 ‘적대세력’의 위협에 맞선 ‘자위적인 차원’이라고 정당화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군의 ‘대북 억지력’이라는 표현까지 문제 삼습니다. 김정은은 “우리는 누구와의 전쟁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국권 수호를 위해 말 그대로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우리(북한)가 말하는 전쟁 억제력과 남조선이 말하는 대북 억지력은 어휘의 뜻과 본질에서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어 “남조선 사회의 대(對)조선 관점이 북조선의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는 낡고 뒤떨어진 근심 고민과 몽상적인 사명감을 벗어놓고 과도한 피해의식에서 헤어나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들의 핵 무장은 ‘전쟁 억제력’ 차원이지만,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은 ‘대북 억제력’이 아닌 ‘군사적비만증’이라는 논리입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날 김정은의 연설이 북한이 핵개발 정당화를 넘어 한국이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합니다. 한국의 군사력 증강을 비난하며 ‘이중기준’을 언급한 것은 앞으로 자신들의 무력도발에 대해 “도발”이라고만 말해도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라는 해석입니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을 자신들의 핵 보유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북한의 교묘한 ‘남북 군비 경쟁’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미보유국의 재래식 무기 도입과 핵 개발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북한은 남북 군비 경쟁 프레임이 먹힌다고 보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날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자 외신들과 일부 국내 언론은 ‘남북 군비 경쟁이 우려된다’는 기사들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전력 증강임에도 자신들의 핵 개발과 한국의 일부 첨단 무기 도입을 동일선상에 두고 한국 정부가 자신들의 핵 개발에 침묵하게 하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북핵의 최대 인접국이자 유사시 최대 피해자가 될 한국이 북핵에 침묵하게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한국이 북한의 핵개발에 침묵하면 이는 국제사회에 한국이 수동적으로 북핵을 인정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이 경우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핵 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게 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보유국 대 핵 보유국으로서 핵 군축 회담을 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입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참석해 “앞에서는 평화, 협력, 번영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 무슨 위협에 대처한다고 하면서 미국과 남조선이 빈번히 벌려놓는 각이한 군사연습들의 내용을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합니다. 한반도 정세 불안정의 원인을 우리 군의 전력 증강에 돌린 것입니다.
정부가 남북한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 항상 언급하는 ‘3년 전 봄날’에 대해서는 “우리 국가 앞에 조성된 군사적 위험성은 10년 전, 5년 전, 아니 3년 전과도 또 다르다”고 말합니다. 2018년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과 현재는 완전히 다르고, 그 원인이 3년새 계속된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남조선 '군사적 비만증'과 과욕이 문제"
이날 김정은의 연설은 여러모로 이레적이었습니다. 우선 북한이 자신들이 아닌 한·미 양국에 한반도 정세 불안정의 책임을 돌린 것은 늘상 있어왔던 일이었지만 이날 비난의 초점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맞춰져 있었습니다.특히 김정은은 우리 군의 최근 대북 억제력 확보 행보를 일일이 거론합니다. 김정은은 이날 한·미 연합군사훈련, 스텔스 전투기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등을 언급하며 “남조선의 이같이 도가 넘치는 시도도 방치해두기 위험한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인 태도”라고 주장합니다.
이어 “문제로(가) 되는 남조선의 과도한 군사적비만증과 과욕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조종 밑에 지금 조선반도 주변의 군사·정치적인 환경 변화는 많은 전망적인 위험을 배태하고 있다”며 “우리가 더욱 강력한 실체로 변해야 할 절박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자신들이 더 강력한 군사력 증강, 다시 말해 핵·미사일 개발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의 ‘군사적 비만증’을 꼽은 것입니다.
“우리의 자위적 권리까지 훼손시키려고 할 경우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박성 경고도 내놓습니다. 김정은은 “(한국이) 우리 상용 무기 시험까지도 무력도발이라느니 위협이라느니 긴장을 고조시키는 부적절한 행위라느니 하는 딱지들을 잔뜩 붙여놓는다”며 “미국을 위시한 적대 세력들의 반(反)공화국 목소리를 솔선 선창하는데 나서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안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도 ‘상용 무기 시험’이라 주장한 것입니다.
자신들 핵·미사일 보유는 '자위권'?
이날 한국의 ‘이중기준’에 대한 비방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최근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이 이중기준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한국을 향해 ‘너희들은 군사 훈련하면서 왜 우리가 하는 건 도발이라고 부르냐’는 논리입니다.하지만 이날 김정은의 연설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이중기준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김정은은 “조선반도에 조성된 불안정한 현 정세하에서 우리의 군사력을 그에 상응하게 부단히 키우는 것은 우리 혁명의 시대적 요구”라며 “강력한 군사력 보유 노력은 평화적인 환경에서든 대결적인 상황에서든 주권 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위적인 자위적이며 의무적 권리이고 중핵적인 국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핵’이라는 단어만 들어가지 않았을 뿐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을 ‘적대세력’의 위협에 맞선 ‘자위적인 차원’이라고 정당화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군의 ‘대북 억지력’이라는 표현까지 문제 삼습니다. 김정은은 “우리는 누구와의 전쟁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국권 수호를 위해 말 그대로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우리(북한)가 말하는 전쟁 억제력과 남조선이 말하는 대북 억지력은 어휘의 뜻과 본질에서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어 “남조선 사회의 대(對)조선 관점이 북조선의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는 낡고 뒤떨어진 근심 고민과 몽상적인 사명감을 벗어놓고 과도한 피해의식에서 헤어나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들의 핵 무장은 ‘전쟁 억제력’ 차원이지만,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은 ‘대북 억제력’이 아닌 ‘군사적비만증’이라는 논리입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날 김정은의 연설이 북한이 핵개발 정당화를 넘어 한국이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합니다. 한국의 군사력 증강을 비난하며 ‘이중기준’을 언급한 것은 앞으로 자신들의 무력도발에 대해 “도발”이라고만 말해도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라는 해석입니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을 자신들의 핵 보유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북한의 교묘한 ‘남북 군비 경쟁’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미보유국의 재래식 무기 도입과 핵 개발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북한은 남북 군비 경쟁 프레임이 먹힌다고 보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날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자 외신들과 일부 국내 언론은 ‘남북 군비 경쟁이 우려된다’는 기사들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전력 증강임에도 자신들의 핵 개발과 한국의 일부 첨단 무기 도입을 동일선상에 두고 한국 정부가 자신들의 핵 개발에 침묵하게 하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북핵의 최대 인접국이자 유사시 최대 피해자가 될 한국이 북핵에 침묵하게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한국이 북한의 핵개발에 침묵하면 이는 국제사회에 한국이 수동적으로 북핵을 인정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이 경우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핵 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게 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보유국 대 핵 보유국으로서 핵 군축 회담을 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입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