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와 중국의 대결
미국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4개국 동맹인 ‘쿼드’가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는 공식 협의체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쿼드 국가 정상들은 백악관에서 만났다. 이들은 쿼드가 중국의 부상을 막는다는 목표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4개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백신 인프라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영국 호주의 군사협의체인 ‘오커스(AUKUS)’ 출범 역시 중국을 저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드러낸다.

쿼드는 이번 회의에서 법치, 항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민주주의, 영토 보전을 강조했다. 하나하나 중국을 겨냥했다. 쿼드는 인도를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만들어 내년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12억 회분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쿼드 국가들이 자금을 지원한다. 인도 제약사 바이오로지컬E는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최소 10억 회분 생산할 계획이다. 호주는 자체 물류망을 이용해 백신을 동남아시아로 운송하기로 했다.

이동통신, 반도체 등 협력

쿼드의 계획 중 많은 부분은 아직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친환경 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했지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또 아시아에 고품질 인프라를 건설한다는 계획 역시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탄비 마단 연구원은 “4개국이 핵심 문제까지 파고들어 논의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쿼드가 미래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은 전략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쿼드 협력을 통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가 글로벌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반도체 분야에서 민주주의 진영의 우위를 유지하며 중국이 합성생물학,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쿼드가 매년 100명의 이공계 학생을 지원해 우주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도 바람직하다.

이런 실질적인 조치들로 쿼드가 단순히 ‘토크쇼’에 불과하다는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이제 쿼드는 중국 정부에 굽실거리는 방식으로는 중국을 막을 수 없다고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칸시큐리티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회장은 “중국의 사고방식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사라졌다”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정책이 이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CPTPP 가입 신청

쿼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쿼드는 비공식적이고 체계적이지 않다. 4개국 중 어느 국가가 중국과 계약을 맺는 것이 맞서 싸우는 것보다 더 낫다고 결정할지도 모른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포함한 이슬람 세계의 혼란은 여전히 인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인도는 여전히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 등 중국이 주도하는 그룹에 발을 걸치고 있다.

세계 무역에 대한 미국의 혼란스러운 태도는 중국 주도의 질서에 대항해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은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금까지 CPTPP에 다시 참여할 의향을 보이지 않았다. 폰테인 회장은 이에 대해 “마치 한 팔을 뒤로 묶은 채 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적은 그럴듯하다. 그래도 쿼드는 중국과 싸울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The Quad Enters the Ring With China’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