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정답없는 경영의 시대…세상에 먼저 뛰어들라"
“세상의 격랑에 먼저 뛰어들어야 산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사진)은 ‘비즈니스의 미래’를 묻는 한국경제신문의 창간기획 화두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2018년부터 3년 반 넘게 ‘전사(全社) 디지털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 회장은 “대전환의 시대에는 ‘무엇(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에서 해답을 찾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때 ‘황제주’로 불렸다. 2015년 주가가 45만원까지 치솟았다. 서 회장이 ‘세계 200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시절이다. 12일 주가(17만4500원)는 당시의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 회장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가속화한 세상의 변화로 시장과 소비자의 눈높이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잔잔한 바다 밑에 가려 있던 회사의 약점들이 혁신을 강요하는 파도를 만나자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게 그의 자기성찰적 진단이다.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처럼 서 회장도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일찌감치 외쳤다. 하지만 행동이 말(言)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경험담을 고백하듯 털어놨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기업은 과거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에 취해 잘해왔던 것에 더 열심히 집중하며 변화를 극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전략, 성공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은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2018년 초 창사 이후 처음으로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선임한 아모레퍼시픽은 조직 문화를 뿌리부터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회사의 미덕이던 근면·성실·규율의 문화를 창의·역동·융통성 중심으로 전환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 회장은 “모두가 변화를 말하지만 중요한 건 변화의 방식”이라며 “세상에 먼저 뛰어든 다음에 필요한 역량을 덧붙여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정답 없는 경영 시대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박동휘/박종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