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은행들이 대출 제한에 나서면서 대출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에서는 전세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고려하고 있어, 대출 가능 금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엔 예외로 뒀던 중도상환수수료를 이날부터 부과하기로 했다. 최근 공모주 청약으로 신규 대출 및 해지가 잦아지는 등 사실상 '빚투(빚내서 투자)'로 활용돼왔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7월 모든 신용대출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했다.

전세대출도 제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15일부터 임대차 계약 갱신시 전세대출 한도를 줄인다. 전셋값 증액뿐, 대출 신청 금액, 증액 후 전셋값의 80%에서 기대출 취급액을 뺀 금액 중 가장 적은 금액을 대출 한도로 인정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축소했다.

여기에 지난 5일 문을 연 토스뱅크도 비상이 걸렸다. 대출이 몰리면서 벌써부터 연간 대출한도의 60%가 소진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기준으로 연간 대출 목표치인 5000억원 중 3000억원이 대출로 실행됐다. 사전 계좌개설 신청자들만 대출을 실행한 결과다. 토스뱅크는 대출 중단을 우려해 사전 신청자 166만명 중 121만명에 대해 한글날 연휴인 지난 9일부터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일부터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 등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8월말 기준 전월세대출을 포함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미 20%를 넘겼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신규 담보대출 취급 중단으로 다른 은행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기준으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6%에 임박한 수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이들 은행이 추가로 대출해 줄 수 있는 금액은 13조5000억원 정도다. 이사로 전세대출을 받아야하거나 주택 매매 잔금 납부를 앞둔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고승범 위원장, 국정감사서 전세대출 규제도 시사…DSR 규제도 앞당길 듯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추가대책'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대출 가능 금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추가 대책으로 전세대출 규제 강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도 전세대출을 비롯해 실수요자 대출도 규제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고 위원장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6%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의 대부분은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실수요자 대출도 상환 범위 내에서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전세대출은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전셋값의 80%를 대출로 받을 수 있었다. 만약 DSR이 적용될 경우, 소득 범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전세대출이 10년 만기, DSR 적용비율 50%로 규제가 적용되면 연소득 5000만원 직장인은 2억1700만원, 연봉 3000만원 직장인은 1억3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다른 대출이 없다는 가정하에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으로 금리 2.85%로 대출 받는다는 점을 가정한 결과다. 만약 기존 신용대출을 사용 중일 경우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추가로 DSR 규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유력하다. 현재 규제지역 내 개인별 DSR 40%(은행 기준)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내년 7월부터는 전체 대출액이 2억원 초과할 때, 2023년엔 전체 대출액이 1억원 초과 때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