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이 롱런한다"…연금 시장에 부는 'ESG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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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은 기업 이익·투자 수익과 직결되는 핵심 가치
평가등급 상·하위 기업간 주가 상승률 9% 가까이 차이
국민연금도 위탁투자 확대…"길게 보면 선택 아닌 필수"
평가등급 상·하위 기업간 주가 상승률 9% 가까이 차이
국민연금도 위탁투자 확대…"길게 보면 선택 아닌 필수"
“내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인을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접목하는 ‘ESG 통합’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중 절반을 차지하는 위탁투자로 확대할 것이며, ESG 평가등급이 낮은 기업은 벤치마크(BM) 대비 초과 편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지난달 8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2021 글로벌 ESG 포럼’에서 이동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실장이 한 말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는 어떤 경우에든 기업의 ESG 요인을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만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장기 투자를 하는 세계 주요 연기금 및 국부펀드들이 ESG 요인을 고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SG 투자 열풍이 뜨겁지만 정작 ESG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렴풋하게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착한 기업 경영 방식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금처럼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ESG를 이렇게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망해서는 곤란하다.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ESG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연금 투자자가 ESG를 알아야 하는 첫째 이유는 ESG 요소들이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 단어들의 집합체가 ESG인 것은 아니다. ESG는 ‘이윤을 추구함에 있어 환경과 인류에 대한 배려를 핵심 가치로 삼는 경제 및 경영 철학이자 행동 원칙’(박태영윤건용 저 ‘ESG의 구조’)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기업이 이윤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ESG 개념을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ESG는 이익을 포기하고 착한 기업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환경과 사회에 대해 배려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이익 또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ESG의 핵심 개념이다.
어떤 회사가 무단으로 폐수를 방류했다고 가정하자. 지금은 들키지 않았을 경우 해당 사실 자체는 재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폐수 방출 사실이 밝혀지면 손해배상, 벌금, 주가 폭락 등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재무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ESG 요소가 단기적으로는 비재무적 요소로 보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재무 요소로 변하게 된다.
2003년 세계 12개 자산운용사로 구성된 AMWG(Asset Management Working Group)가 ESG 관점을 결합한 투자 방식과 투자 성과 간의 관계성에 관해 연구했다. 2004년 6월 발표된 결과 보고서에는 ‘환경, 사회 및 기업 지배구조 이슈가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어떤 경우에는 그 영향이 심대할 수 있다. (중략) 이런 결과는 해당 이슈의 효과적인 관리가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지에 대한 강력하고도 독립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따라서 우리는 기본적 재무분석과 그에 따른 투자 의사결정에서 해당 이슈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혀 있다. 요약하자면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나온 보고서도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 성과가 우월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1992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ESG 평가등급 상승폭 상위 10%에 해당하는 기업과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 간의 주가 상승률 차이가 연 평균 8.85%에 달했다. ESG 요소에 대응을 잘한 기업이 못한 기업 대비 장기적으로 우월한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SG는 아직 일반 투자자에게 생소한 용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급속도로 ESG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고, 그에 합당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관투자가 못지않게 장기간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연금 투자자들도 ESG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 일부를 ESG 관련 투자상품으로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윤치선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 >
지난달 8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2021 글로벌 ESG 포럼’에서 이동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실장이 한 말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는 어떤 경우에든 기업의 ESG 요인을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만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장기 투자를 하는 세계 주요 연기금 및 국부펀드들이 ESG 요인을 고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SG 잘하는 기업이 이익도 증가
기관투자가들의 ESG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 세계 ESG 관련 투자자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2조8390억달러 정도였던 세계 ESG 관련 투자자산 규모는 지난해 35조301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4년간 54.5% 늘어났다.ESG 투자 열풍이 뜨겁지만 정작 ESG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렴풋하게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착한 기업 경영 방식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금처럼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ESG를 이렇게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망해서는 곤란하다.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ESG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연금 투자자가 ESG를 알아야 하는 첫째 이유는 ESG 요소들이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 단어들의 집합체가 ESG인 것은 아니다. ESG는 ‘이윤을 추구함에 있어 환경과 인류에 대한 배려를 핵심 가치로 삼는 경제 및 경영 철학이자 행동 원칙’(박태영윤건용 저 ‘ESG의 구조’)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기업이 이윤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ESG 개념을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ESG는 이익을 포기하고 착한 기업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환경과 사회에 대해 배려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이익 또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ESG의 핵심 개념이다.
어떤 회사가 무단으로 폐수를 방류했다고 가정하자. 지금은 들키지 않았을 경우 해당 사실 자체는 재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폐수 방출 사실이 밝혀지면 손해배상, 벌금, 주가 폭락 등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재무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ESG 요소가 단기적으로는 비재무적 요소로 보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재무 요소로 변하게 된다.
장기 투자 성과도 높다
ESG 요소가 기업의 장기적인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은 연금 투자자들이 ESG 투자를 알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이어진다. 장기적인 재무 성과 개선은 장기적인 투자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이런 가정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2003년 세계 12개 자산운용사로 구성된 AMWG(Asset Management Working Group)가 ESG 관점을 결합한 투자 방식과 투자 성과 간의 관계성에 관해 연구했다. 2004년 6월 발표된 결과 보고서에는 ‘환경, 사회 및 기업 지배구조 이슈가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어떤 경우에는 그 영향이 심대할 수 있다. (중략) 이런 결과는 해당 이슈의 효과적인 관리가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지에 대한 강력하고도 독립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따라서 우리는 기본적 재무분석과 그에 따른 투자 의사결정에서 해당 이슈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혀 있다. 요약하자면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나온 보고서도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 성과가 우월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1992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ESG 평가등급 상승폭 상위 10%에 해당하는 기업과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 간의 주가 상승률 차이가 연 평균 8.85%에 달했다. ESG 요소에 대응을 잘한 기업이 못한 기업 대비 장기적으로 우월한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SG는 아직 일반 투자자에게 생소한 용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급속도로 ESG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고, 그에 합당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관투자가 못지않게 장기간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연금 투자자들도 ESG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 일부를 ESG 관련 투자상품으로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윤치선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