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유 피터앤김 대표변호사 "국제중재는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소통의 예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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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넘어 아시아 기업 대변 위해 '글로벌 국제중재' 도전장
인종·문화·법률 등 다름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소통 필수
후발주자 한국, 국제무대서 위상 높아져…30대 로펌 도약
한국 넘어 아시아 기업 대변 위해 '글로벌 국제중재' 도전장
인종·문화·법률 등 다름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소통 필수
후발주자 한국, 국제무대서 위상 높아져…30대 로펌 도약
김갑유 피터앤김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법무법인 태평양에 몸담았던 2002년 국내 첫 국제중재소송그룹을 만들어 이끌었다.
이와 함께 △한국인 최초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부원장(2014~2021년) △아시아인 최초 유엔 산하 국제상사중재협회(ICCA) 사무총장(2010~2014년) △한국인 최초 런던 국제중재재판소(LCIA) 상임위원(2007~2012년) 등을 역임했다. 다음달 출범 2주년을 맞는 피터앤김 역시 국내 첫 국제중재 전문 로펌이다.
김 대표의 사무실에는 ‘기산심해(氣山心海)’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기운은 산과 같고 마음은 바다처럼 넓다’는 의미다. ‘뛰어난 실력과 강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중재 변호사의 경우 의뢰인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심이 있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국제중재 무대가 세계 각지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제중재 분야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1988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뒤 1993년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1994~1995년에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로펌에서 근무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재를 경험했습니다. 이 무렵 한국에 돌아와 보니 국내에서도 국제중재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에 처음으로 싱가포르가 중재지인 ICC 중재사건에서 국내 기업을 대리하게 됐지요. 상대방은 세계적인 로펌의 영국 변호사였습니다. 처음 영어로 사건을 진행하는 게 생소했지만 극적으로 승소를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2000년에 월드컵 축구 경기장 지붕 시공과 관련해 국내 대형 건설사와 독일 업체 간 중재 사건이 발생했고, 한국 건설사를 대리해 완전 승소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한국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도울 수 있는 한국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형로펌을 나와 피터앤김을 설립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2002년 국내 첫 국제중재팀을 출범시킨 뒤 경험을 쌓으면서 아시아 여러 국가가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아시아 기업들을 대리해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기존 한국 로펌 내에서는 이해충돌 등의 이유로 이런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국제중재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기업을 폭넓게 대리하고 싶어 피터앤김을 설립했습니다.”
▷국제중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국제중재는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소통의 예술’입니다. 첨예한 양측의 갈등 사안에서 접점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라마다 인종과 문화, 법률 등이 다릅니다. ‘다름’을 ‘틀렸다’고 생각하면 결코 중재를 할 수 없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뢰인 입장에서 해결점을 찾아내기 위해선 충분한 소통과 고도의 설득작업이 필요합니다. 국제중재는 이런 소통의 정점에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을 수임할 때 기준이 있는지요.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이 이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법률적 분석을 떠나서 고객이 어떤 이유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 생각을 내가 얼마나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내가 봐도 틀린 것 같은 주장을 의뢰인이 한다면 결코 신이 날 수 없습니다. 법률적으로 여러 가지 도전 과제가 따른다 해도 고객이 이겨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에 공감할 수 있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신바람나게 사건을 수행합니다.”
▷국제중재 시장 전망은 어떤가요.
“매우 긍정적입니다. 국제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 해결에는 국제중재보다 더 좋은 방안이 딱히 없습니다. 국제거래가 늘어날수록 국제중재 시장도 확대될 공산이 큽니다. 최근 국제중재는 상사거래는 물론 국가를 상대로 하는 투자중재로 범위가 확장됐습니다. 종전에는 주로 소송에 의존하던 금융거래나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국제중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받는 기업이 계속 등장하는 만큼 앞으로 이 분야가 더욱더 활성화될 것으로 봅니다.”
▷피터앤김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시나요.
“국제중재는 영국 등 유럽에서 시작했고, 한국은 후발주자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제중재 시장에서 한국은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다음으로 거론될 정도로 위상이 올라갔습니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무한하다고 봅니다. 피터앤김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국제중재 분야 세계 30대 로펌에 포함돼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는 할 수 없어도, 구성원들이 세계 최고의 자부심을 갖고 신나게 일하는 로펌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제중재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체력, 두 번째는 매력, 세 번째는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면 남의 것을 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력과 매력은 자신이 스스로 갖춰야 할 능력입니다. 국제중재 업무는 혼자서 하기 어렵습니다. 팀으로 혹은 그룹으로 함께 일해야 합니다. 자신의 일과 팀워크에 열정적으로 신나게 일할 수 있다면 좋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인생철학을 갖고 있나요.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것을 모토로 삼습니다. 일은 무엇이든 즐기면서 해야 합니다. 꿈과 목표를 향한 여정도 자신의 삶이기 때문에 즐거워야 합니다. 국제중재 변호사로 일하면서 세계 어디서든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또 세계 곳곳에 친구들이 생겼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최진석/최한종 기자 iskra@hankyung.com
이와 함께 △한국인 최초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부원장(2014~2021년) △아시아인 최초 유엔 산하 국제상사중재협회(ICCA) 사무총장(2010~2014년) △한국인 최초 런던 국제중재재판소(LCIA) 상임위원(2007~2012년) 등을 역임했다. 다음달 출범 2주년을 맞는 피터앤김 역시 국내 첫 국제중재 전문 로펌이다.
김 대표의 사무실에는 ‘기산심해(氣山心海)’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기운은 산과 같고 마음은 바다처럼 넓다’는 의미다. ‘뛰어난 실력과 강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중재 변호사의 경우 의뢰인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심이 있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국제중재 무대가 세계 각지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제중재 분야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1988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뒤 1993년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1994~1995년에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로펌에서 근무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재를 경험했습니다. 이 무렵 한국에 돌아와 보니 국내에서도 국제중재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에 처음으로 싱가포르가 중재지인 ICC 중재사건에서 국내 기업을 대리하게 됐지요. 상대방은 세계적인 로펌의 영국 변호사였습니다. 처음 영어로 사건을 진행하는 게 생소했지만 극적으로 승소를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2000년에 월드컵 축구 경기장 지붕 시공과 관련해 국내 대형 건설사와 독일 업체 간 중재 사건이 발생했고, 한국 건설사를 대리해 완전 승소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한국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도울 수 있는 한국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형로펌을 나와 피터앤김을 설립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2002년 국내 첫 국제중재팀을 출범시킨 뒤 경험을 쌓으면서 아시아 여러 국가가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아시아 기업들을 대리해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기존 한국 로펌 내에서는 이해충돌 등의 이유로 이런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국제중재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기업을 폭넓게 대리하고 싶어 피터앤김을 설립했습니다.”
▷국제중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국제중재는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소통의 예술’입니다. 첨예한 양측의 갈등 사안에서 접점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라마다 인종과 문화, 법률 등이 다릅니다. ‘다름’을 ‘틀렸다’고 생각하면 결코 중재를 할 수 없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뢰인 입장에서 해결점을 찾아내기 위해선 충분한 소통과 고도의 설득작업이 필요합니다. 국제중재는 이런 소통의 정점에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을 수임할 때 기준이 있는지요.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이 이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법률적 분석을 떠나서 고객이 어떤 이유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 생각을 내가 얼마나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내가 봐도 틀린 것 같은 주장을 의뢰인이 한다면 결코 신이 날 수 없습니다. 법률적으로 여러 가지 도전 과제가 따른다 해도 고객이 이겨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에 공감할 수 있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신바람나게 사건을 수행합니다.”
▷국제중재 시장 전망은 어떤가요.
“매우 긍정적입니다. 국제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 해결에는 국제중재보다 더 좋은 방안이 딱히 없습니다. 국제거래가 늘어날수록 국제중재 시장도 확대될 공산이 큽니다. 최근 국제중재는 상사거래는 물론 국가를 상대로 하는 투자중재로 범위가 확장됐습니다. 종전에는 주로 소송에 의존하던 금융거래나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국제중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받는 기업이 계속 등장하는 만큼 앞으로 이 분야가 더욱더 활성화될 것으로 봅니다.”
▷피터앤김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시나요.
“국제중재는 영국 등 유럽에서 시작했고, 한국은 후발주자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제중재 시장에서 한국은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다음으로 거론될 정도로 위상이 올라갔습니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무한하다고 봅니다. 피터앤김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국제중재 분야 세계 30대 로펌에 포함돼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는 할 수 없어도, 구성원들이 세계 최고의 자부심을 갖고 신나게 일하는 로펌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제중재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체력, 두 번째는 매력, 세 번째는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면 남의 것을 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력과 매력은 자신이 스스로 갖춰야 할 능력입니다. 국제중재 업무는 혼자서 하기 어렵습니다. 팀으로 혹은 그룹으로 함께 일해야 합니다. 자신의 일과 팀워크에 열정적으로 신나게 일할 수 있다면 좋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인생철학을 갖고 있나요.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것을 모토로 삼습니다. 일은 무엇이든 즐기면서 해야 합니다. 꿈과 목표를 향한 여정도 자신의 삶이기 때문에 즐거워야 합니다. 국제중재 변호사로 일하면서 세계 어디서든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또 세계 곳곳에 친구들이 생겼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최진석/최한종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