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일부 지역에서 여학생의 중·고등학교 등교를 허용했다. 아프간에서의 문화 변화를 수용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북부의 4개 주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이 공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탈레반의 교육 담당자들은 교사들에게 여학생의 복귀를 독려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탈레반 대원이 교실에 나타나 여학생의 출석을 확인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탈레반은 여학생들에게 히잡 착용 의무를 지우는 한편 하이힐, 샌들 등의 착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이 딸을 학교에 다시 보낼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상황이다. 탈레반이 진심으로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하려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장악한 후 초등학교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을 분리해 교육하도록 했다. 탈레반은 중학교를 다시 열면서도 남학생의 등교만 허용했고 여학생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프간 북부에서부터 여학생의 중·고등교육이 재개된 것이다.

하지만 탈레반이 다른 지역에서도 여학생의 등교를 허용할지 여부는 의문이다. 여학생들의 등교가 재개된 아프간 북부 4개 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여성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해 왔다는 특징이 있다. 탈레반은 현재 수도 카불에서는 여전히 여학생에게 중·고등학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편 탈레반 측은 “여성의 중·고등학교 등교를 전국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WSJ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요했던 1990년대와는 탈레반이 다른 행동양식을 취하고 있다”며 “여성 관련 정책은 국제사회가 탈레반의 ‘온건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