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시지가 산정 근거 '토지이용데이터'에 오류 '수두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 건물의 절반은 용적률 150%, 나머지 절반은 250%?
같은 땅인데, 보존지역이자 주거지역으로 중첩 지정된 곳도
공시지가 산정 신뢰 흔들 수 있다는 지적
같은 땅인데, 보존지역이자 주거지역으로 중첩 지정된 곳도
공시지가 산정 신뢰 흔들 수 있다는 지적
세금과 과징금의 부과기준이 되는 공시지가 산정시 근거가 되는 '토지이용 데이터'에 신뢰성을 의심할만한 다수의 오류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건물의 절반의 용적률은 150%, 다른 절반은 250%로 지정돼 있는 등 가격 산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치명적인 오류들이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내부연구용역보고서는 "문제있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국토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공시지가 결정 과정에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수영구의 한 건물은 절반이 용적률 150%, 다른 절반은 250%로 지정돼 있었다. 충주시의 한 하천변은 용적률 250%가 적용되는 2종 주거지역이면서 동시에 보존녹지 지역으로 중첩 지정돼 있었다. 또 경북 안동에서는 식당이 토지데이터 상으로는 기타보건위생시설로 지정돼 있기도 했다. LX가 부산 남·수영구, 경기 오산, 경북 안동, 충북 충주 4지역에 대해 표본 실증조사를 한 결과, 2016~2020년 5년간 토지데이터상 용도지역·지구가 잘못 지정돼 있거나, 중첩·공백으로 되어있는 등의 오류가 부산 남·수영구 1141건, 충주 9909건, 오산 372건, 안동 4364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지 목적을 표기하는 지적도를 이어놓은 지도인 연속지적도를 사용함에 따른, 중첩·공백의 오류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증지역 가운데 하나인 안동시의 경우, 5년간 연속지적도의 토지경계를 분할한 21,887건 가운데 총 2,583건(11.8%)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들 이같은 토지이용계획 데이터 등을 기준으로 삼아 공시지가를 산정하고 있다. 자연스레 공시지가 산정 과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은 관련 문제에 대해 "국토이용정보체계를 통해 제공되는 용도지역의 오류는 가격 결정에 주요한 특성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토지 정보를 공개하는 국토부의 토지이용게획열람 사이트 '토지e음'에도 이러한 오류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거래활동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스스로가 이러한 오류를 찾아내고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과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충주시와 오산시는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대해 "개별공시지가 산정시 사용하는 토지이용데이터는 연속지적도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에 따른 오류를 일반 국민들이 파악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문정균 스마트국토연구소 박사는 "개별 법령에 따라 공익목적을 위해, 지정권자가 지정한 지역·지구가 올바르게 표시되어 국민에게 서비스되지 못한다면 행정의 신뢰측면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의원실이 지적재조사 사업의 추진 현황을 확인한 결과, 국토부가 지적재조사를 통해 부정확한 토지데이터를 바로잡겠다는 면적은 전 국토(약 3,700만필지)의 2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2년 시작된 사업이지만 여전히 14.5%의 진행률만을 보이며 진행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체 국토의 3% 가량만이 지적재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김은혜 의원은 "이런 불량 지적도와 가짜 데이터에 국가 부동산의 척도가 휘청이고, 국민 재산권이 침해를 받고 있다"면서,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국민 한사람이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살피는 것이 정책당국의 의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이러한 문제와 관련,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내부연구용역보고서는 "문제있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국토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공시지가 결정 과정에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개 지역 실증조사 결과, 오류만 15000건 이상
12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내부연구 용역보고서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에 활용하는 토지이용데이터에서 치명적인 오류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부산 수영구의 한 건물은 절반이 용적률 150%, 다른 절반은 250%로 지정돼 있었다. 충주시의 한 하천변은 용적률 250%가 적용되는 2종 주거지역이면서 동시에 보존녹지 지역으로 중첩 지정돼 있었다. 또 경북 안동에서는 식당이 토지데이터 상으로는 기타보건위생시설로 지정돼 있기도 했다. LX가 부산 남·수영구, 경기 오산, 경북 안동, 충북 충주 4지역에 대해 표본 실증조사를 한 결과, 2016~2020년 5년간 토지데이터상 용도지역·지구가 잘못 지정돼 있거나, 중첩·공백으로 되어있는 등의 오류가 부산 남·수영구 1141건, 충주 9909건, 오산 372건, 안동 4364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지 목적을 표기하는 지적도를 이어놓은 지도인 연속지적도를 사용함에 따른, 중첩·공백의 오류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증지역 가운데 하나인 안동시의 경우, 5년간 연속지적도의 토지경계를 분할한 21,887건 가운데 총 2,583건(11.8%)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들 이같은 토지이용계획 데이터 등을 기준으로 삼아 공시지가를 산정하고 있다. 자연스레 공시지가 산정 과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은 관련 문제에 대해 "국토이용정보체계를 통해 제공되는 용도지역의 오류는 가격 결정에 주요한 특성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토지 정보를 공개하는 국토부의 토지이용게획열람 사이트 '토지e음'에도 이러한 오류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거래활동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스스로가 이러한 오류를 찾아내고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과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충주시와 오산시는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대해 "개별공시지가 산정시 사용하는 토지이용데이터는 연속지적도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에 따른 오류를 일반 국민들이 파악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문정균 스마트국토연구소 박사는 "개별 법령에 따라 공익목적을 위해, 지정권자가 지정한 지역·지구가 올바르게 표시되어 국민에게 서비스되지 못한다면 행정의 신뢰측면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산하 공기업 내부용역보고서 결과도 '묵살'
그럼에도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제대로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의원실의 관련 지적에 대해 "일부지역에서 부정확한 토지데이터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해 보완하겠다"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하지만 김 의원실이 지적재조사 사업의 추진 현황을 확인한 결과, 국토부가 지적재조사를 통해 부정확한 토지데이터를 바로잡겠다는 면적은 전 국토(약 3,700만필지)의 2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2년 시작된 사업이지만 여전히 14.5%의 진행률만을 보이며 진행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체 국토의 3% 가량만이 지적재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김은혜 의원은 "이런 불량 지적도와 가짜 데이터에 국가 부동산의 척도가 휘청이고, 국민 재산권이 침해를 받고 있다"면서,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국민 한사람이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살피는 것이 정책당국의 의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