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소중립법, 환경단체만 이득 본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기업을 타격할 또 하나 가공할 법률이 제정됐다. 지난 8월 말 여당이 단독 처리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그것이다. 이 법률은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률의 심각한 문제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고, 경제적으로 국가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낮은 경제성 때문에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가 단 1g도 생산되지 않고 있다. 수소에너지를 수입한다고 해도, 수소 저장·운송·기화 등에 필요한 기술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법률에서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규정했으나, 탄소중립위원회와 정부 관계부처는 40%로 감축하는 목표안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35% 달성도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정부는 비용과 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대규모 기업 지원을 논의하는 것과 딴판이다. 미국 대통령은 청정에너지와 저탄소 등 인프라에 2조달러(약 2400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에 비용과 책임을 떠넘기면서, 각종 기본계획 수립과 이행 점검을 위한 거대 행정조직 신설은 법률에 못 박았다. 중앙정부는 주요 정책 및 계획과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위원장 2명과 50명 이상 10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이 위원회를 지원할 사무처를 설치한다(제15조·제21조). 지방자치단체에도 ‘2050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그 사무국을 둘 수 있다(제22조). 사실상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32개 기초지자체에 위원회와 사무국을 둘 수 있게 된다. 수많은 공무원이 필요하고, 대규모 예산이 소요된다. 공무원이 늘어나는 만큼 규제도 늘어나, 정부가 지향하는 ‘공무원 공화국’이 성큼 실현될 것 같다.

한편, 탄소중립정책 이행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기 위해 협동조합 및 사회적협동조합 활동을 행정적·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제52조). 이익 공유를 위해 협동조합을 지원한다니, 여기서 갑자기 협동조합이 왜 나오는가?

국가와 지자체는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를 설립·운영할 수 있다(제53조). 이 조직은 탄소중립으로의 이행과정에서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침체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산업과 지역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또 지자체는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와 사무국을 둘 수 있고(제65조), 지자체의 장은 ‘탄소중립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으며, 중앙정부는 이의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제68조).

이처럼 수많은 위원회, 실천연대, 지원센터 등과 각 사무국 자체가 대규모 행정 공무원을 필요로 하고, 거대 행정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탄소중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쏙 빠진 채 공무원 숫자 늘리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처럼 보인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정력을 쏟는 대신 환경 관련 행정조직과 환경단체의 세력만 커진다.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기금 설치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기금은 정부 출연금과 정부 외의 자의 출연금 및 기부금으로 조성한다(제69조). 지금까지 조성된 수많은 기금이 그랬듯이 기부금은 결국 기업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0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로부터 기금에 전입하도록 돼 있다(제71조). 전부 돈이다. 이 돈으로 거대 조직을 만들어 당장은 실현 불가능한 사업판을 벌이면 과연 누가 이득을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