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다양한 플랫폼 참여자 키우고 빅테크 지배력 남용은 막겠다"
“다양한 플랫폼 참여자를 육성하는 동시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겠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사진)은 1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경 핀테크 콘퍼런스 2021’에서 “금융 플랫폼 발전 정책의 큰 축은 금융 소비자 편익 제고와 함께 공정성을 확보하고, 금융 안정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8월 말 취임한 고 위원장이 핀테크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최근 핀테크업계를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제도 개선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최근 금융분야에서는 통신·전자상거래·검색포털 등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의존도가 증가하는 플랫폼화(platformization)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나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입 등을 통해 플랫폼 플레이어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플랫폼 기능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 위원장은 “단일한 플랫폼 내에서 여러 업권의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도 상호작용을 하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금융회사 플랫폼 등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플랫폼도 제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국내의 다양한 플랫폼이 간편결제·송금, 금융정보 조회, 상품 가입·해지, 자산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를 고려해 핀테크·플랫폼 육성 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게 고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시너지를 발휘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금융 플랫폼의 기술 인프라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빅데이터와 메타버스·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금융 플랫폼에 활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한편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금융 플랫폼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공정한 규율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고 위원장은 “빅테크 금융 플랫폼이 거시건전성에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고, 금융 플랫폼의 보안 및 정보보호 시스템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며 “한경 핀테크 콘퍼런스가 소비자 편익 제고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