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13일(06: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들 모두 자금 증빙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오는 15일까지 입찰서류를 재보완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라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은 15일까지 자금력을 입증해야 하고 회생법원은 유력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인수합병(M&A)업계에서는 '재입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서류보완 요청인 데다 양측 모두 제시한 인수금액만큼 모집하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해서다.
쌍용자동차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경DB
쌍용자동차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경DB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가장 높은 인수가격(5000억원 초반대)을 적어낸 이엘비앤티는 본입찰 때 입금해야 했던 보증금 30억원을 아직 입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후보인 에디슨모터스는 입금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30억원을 입금할 돈도 없는 회사가 인수가의 절반인 2500억원의 자금력을 증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통장 잔고나 투자확약서(LOC) 등이 모두 미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후보인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자금력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대표는 "쌍용차의 과거 채무 충당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추가로 8000억원을 조달해 쌍용차를 회생시키고 에디슨모터스의 지분 매각 등으로 5000억원을 더 조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입찰서류에 해당내용을 적고 이를 증빙했다면 회생법원이 우협 선정을 미룰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제시한 2000억원 후반대라는 인수가격을 추후 채권단에서 문제삼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딜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쌍용차를 빨리 매각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곳에 잘 매각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 재입찰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빨리 끝맺음하려고 자금력이 부족한 곳에 얼른 매각해버렸다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서울회생법원이 원칙대로 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매각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원칙대로라면 지난달 15일 본입찰 마감일까지 입찰 후보들은 모두 보증금을 납입해야 했다. 하지만 입금하지 않은 곳까지 후보로 남겨둠으로써 딜을 더 장기전으로 끌고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스토킹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법원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라며 "SM그룹도 빠지고 예상보다 저조한 시장 반응에 결국 자격미달인 후보들끼리 우협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