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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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한화생명이 총 1조원대 금액이 걸린 '즉시연금 미지급금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14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원석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지급 관련 소송 1심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생명이 피고인 보험금 청구 소송, 한화생명이 원고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1심을 각각 선고했다.

보험업계는 법원의 이번 판결이 지닌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즉시연금 소송에서 줄곧 소비자가 승소해와서다. 최근 2년간 이어진 즉시연금 소송에서는 삼성생명을 비롯해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등 보험사가 모두 패소했다. 금감원이 파악한 업계 전체 분쟁 규모는 1조원 안팎이다. 이중 삼성생명이 43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700억원 순으로 미지급금 규모가 크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사태는 2017년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금융당국에 매달 지급되는 연금액에서 만기보험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뗀다는 공제 내용이 약관에 기재돼 있지 않았고, 이와 관련한 보험사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는 민원을 쏟아내면서 발생했다.

당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불명확한 약관 내용을 이유로 보험사에 가입자에 덜 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이사회는 2018년 7월 이사회를 열고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상품의 안건에 대해 법원의 판단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생명은 법원이 추가지급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릴 경우 소멸시효 관계없이 과소지급분을 전액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은 상품 약관에 '연금계약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는 표현이 적시돼 있고, 즉시연금 기초 서류인 산출방법서에 매달 연금지급 시점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명시했기에 관련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단 입장이다. 고객이 요청할 경우 지급이 가능한 산출방법서에 연금월액 계산식이 상세히 표기된 만큼 약관에 관련 내용이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삼성생명 측 주장이다.

또 원고 측 입장에 따를 경우 고객별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보험 상품의 기본 수리적 구조와 원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도 함께 피력하고 있다. 만기형 가입자들에게 만기보험금이 없는 상속종신형 상품과 같은 연금월액을 지급할 경우 만기형 가입자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며, 보험사로서도 특정 상품에 한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면에서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