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득세와 이중과세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학개미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증권거래세를 없애면 외국 자본의 단타매매 등으로 시장이 왜곡돼 개미들이 오히려 불리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14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증권거래세로 8조7587억원을 거둬들였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이다. 매매 차익이 아니라 매도 대금에 부과되므로 손실을 보더라도 내야 한다. 정부가 예상한 지난해 증권거래세수는 4조3848억원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올해 증권거래세율(유가증권시장 기준)은 농어촌특별세 0.15%를 포함해 0.23%다. 정부는 2023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농어촌특별세는 그대로 걷기로 함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0.15%의 세율이 적용된다. 사실상 증권거래세가 유지되는 셈이다.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중과세 문제를 지적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주식 거래를 해서 소득이 발생하면 소득세를 내는데, 거래세는 왜 또 걷어가냐”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인 김병욱 의원도 지난해 증권거래세를 없애겠다고 했다.

국내 증권거래세율이 해외보다 높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과 홍콩의 증권거래세율은 0.1% 수준이다. 미국은 1965년, 일본은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

증권거래세가 단타매매 방어막으로 작용하고 있어 폐지 시 개미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송은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증권거래세 폐지는 주식 투자의 진입장벽을 없앰으로써 단기 투자를 유인할 우려가 있다”며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과세 목적과 대상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중과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증권거래세는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과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외국인은 국내주식으로 양도차익을 거둬도 자신의 국가에 세금을 낸다. 기재부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선진국도 주식에 대해 소득세와 거래세를 같이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조원의 세수를 담당한 증권거래세를 대체할 세목을 찾기도 마땅치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에 포함된 농어촌특별세와 관련한 법은 2024년 6월 일몰 예정인 만큼 지금 폐지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며 “일몰 시점 전 법 시행 연장 여부를 논의할 때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