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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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 중 유일하게 북한에 대사관을 운영하던 루마니아가 대사관을 철수했다. 1975년 스웨덴이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한 이래 서방 외교관이 북한에 한 명도 남지 않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마니아 외교부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지난해부터 일년 반 동안 실시한 코로나19 대응 조치가 강화되며 평양 주재 대사관 활동은 10월 9일 중단됐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국경 봉쇄를 지속하며 인력 교체조차 못하게 되자 대사관을 잠정 철수한 것이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웨덴, 체코, 불가리아 등에 이어 마지막 평양에 공관을 유지하던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루마니아도 철수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루마니아의 철수로 평양에는 북한의 우방국 공관들만 남게 됐다. 북한에 상주하는 서방 외교관이 모두 북한을 떠난 것은 1975년 스웨덴이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한 이후 처음이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8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올해 7월부로 평양 소재 재외공관 25곳 중 9곳만 외교인력이 북한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결국 철수한 루마니아를 제외하고 평양에 공관을 유지한 국가들은 중국, 쿠바, 이집트, 라오스, 몽골, 러시아, 시리아, 베트남 등이 전부다.

서방 국가 공관들과 국제기구 직원들까지 사실상 북한에서 퇴출되며 향후 북한 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존 에버라드 전 주북 영국대사는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스웨덴이 1970년대 평양에 대사관 문을 연 이래 서방 외교관이 북한에 없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북한의 고립이 두드러지게 깊어졌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사안이나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독일 인권단체 ‘사람’의 니콜라이 슈프리켈스 대표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대사관이 계속 폐쇄돼 있는 한 북한의 실제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이 없다”며 “북한 관영매체 보도나 당국의 공식 발표에 의존해야 하는데 북한의 모든 발표가 정확하지는 않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에 “평양 주재 제3국 공관들의 철수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한·미 동맹과 유엔 등 유관 국제기구와의 협의하에 제재 문제 등이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