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에 맞게 침묵하면 저절로 위엄이 우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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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 스티커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 스티커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말하지 않고 침묵하며 상대방을 넌지시 바라볼 때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가 있다.
눈은 입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침묵하면 마음의 귀가 열린다고 한다. 침묵이란 그저 조용히 있는 상태가 아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침묵이란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서도 넌지시 말하는 무언의 소통일 수 있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면, 침묵을 지키지 못했던 것에는 백번이라도 후회해야 한다.”
작가 톨스토이도 이처럼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이나 그림도 말로 설명하지 않는데도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팩트가 뭐냐고 설왕설래하면 사진을 보여주면 된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 한 장은 결정적인 사실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니까. 사진 한 장이 사회적 쟁점을 부각시키며 여론을 향방을 결정하기도 한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집행된 페덱스의 광고 ‘아기’ 편(2013)에서는 세트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모든 메시지를 전달했다. 두루 알다시피 페덱스(FedEx)는 국제 특송 서비스 브랜드다.
카메라는 남녀가 막 사랑을 나누려고 하는 그럴싸한 순간을 포착했다. 침대에서 남자가 여자의 속옷을 벗기려 하자 여자도 팔을 들어 옷이 잘 벗겨지도록 도와주고 있다.
각각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 증거다. 옷을 벗긴 다음에 진도가 얼마나 나갔을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방문 앞에 아기가 담긴 바구니가 놓여있다. 시간이 빛의 속도로 흘러 280일이 지나갔고, 벌써 아기가 태어났다는 재미있는 설정이다.
아기라는 선물이 그처럼 빨리 배송됐다니 엄청난 비약과 과장이다. 인형을 놓고 촬영한 사진이겠지만 선물 바구니에 담겨있는 아기가 정말 귀엽게 느껴진다.
페덱스의 배송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처럼 재미있게 표현했다. 이 광고에는 카피가 한 줄도 없지만, 사진 한 장으로 페덱스의 쾌속 배송을 완벽히 설명했다.
만약 카피를 써서 빠른 배송 어쩌고저쩌고 하며 구구절절 설명했더라면 광고 보는 재미가 반감됐을 터. 광고의 완성도도 낮아져 소비자들이 무릎을 치며 감동하기는 어려웠을 법하다.
뭐가 좋다며 생색을 내거나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침묵할 때 이처럼 더 많은 말을 할 때도 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집행된 뉴트리밸런스(Nutri Balance)의 광고 ‘나쁜 개’ 편(2009)은 포토 에세이라 할만하다.
속옷 차림의 아내는 침대에 기댄 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퇴근길인지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인지 남편은 제복 차림이다.
애완견은 커튼 자락을 물어 당기고 있다. 그러자 커튼 밑으로 살짝 드러나는 사람의 발. 남편은 가방을 손에 든 채 그쪽을 쳐다본다.
바람을 피던 도중에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놀란 상대방이 허겁지겁 커튼 뒤로 숨었으리라. 좋은 사료를 줬더라면 애완견이 커튼 자락을 물어 당기지도 않았을 텐데, 강아지 때문에 딱 걸린 셈이다. 비주얼만 봐도 한 눈에 파악되는 광고다.
광고의 왼쪽 하단을 보면 “나쁜 사료, 나쁜 개(Bad food, Bad dog)”라는 짧은 카피가 있다. 하지만 뉴트리밸런스의 로고와 유사한 둥근 원에 카피를 넣으니 카피가 아닌 비주얼처럼 느껴진다.
헤드라인 옆에는 사료가 수북이 쌓인 개밥그릇이 있다. 개에게 나쁜 사료를 주면 애완견도 나쁜 행동을 하고, 결국 주인에게 등을 돌린다는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했다.
창의성을 인정받은 이 광고는 2009년 클리오 광고제의 인쇄광고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애완견도 삐치면 때로는 난처한 일을 벌여 골탕을 먹이니까 영양가 있고 맛있는 뉴트리밸런스를 먹이라는 뜻이다. 사진 한 장으로 할 말 다 하는 유머러스한 광고다. 두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침묵(Silence)이다. 침묵이란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상태다. 광고에서는 카피(말)가 없어도 사진 한 장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수없이 속삭이고 있다.
광고를 보는 순간 빙그레 웃을 수밖에 없다. 국제사진공모전(IPA: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에는 사진 한 장에 숱한 이야기를 담은 걸작이 출품된다.
해마다 120여개 나라의 13,000여 작가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렌즈에 담에 이 공모전에는 출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미있게도, 사진작가 전민조의 사진집 제목은 『사진이 다 말해 주었다』(2016)이다. 이 책에 수록된 흑백사진들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그 궤적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경영자도 정치인도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있다. 불필요한 말을 너저분하게 지껄이기보다 외려 침묵이 낫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장 나쁜 침묵은 선택적 침묵이다. 유리할 때는 떠벌리고 불리할 때는 말을 안 하며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가장 나쁜 침묵이다.
말을 하고 안 하고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해당되지만, 대부분의 묵비권은 자기 방어보다는 비겁한 회피를 위해 행사되는 경우가 많다.
말해야 할 때 말 하고 말하지 말아야 할 때 입을 닫는 ‘그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그 타이밍을 아는 것이 삶의 경험이나 지혜다.
“타이밍이 맞는 침묵은 가장 위엄 있는 표현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헬프린(Mark Helprin)은 이런 말을 했다.
경영자로서,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윗사람으로서, 저절로 위엄이 우러나게 하려면 침묵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어리석은 경영자는 직원들 위에 군림하려고 시시콜콜 간섭하고 때로 거친 말도 퍼붓지만 결국 위엄만 잃을 뿐이다. 타이밍에 맞게 침묵하면 저절로 위엄이 우러난다.
말없이 상대방을 바라보라. 말없이 눈 맞춤 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느끼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면 곤란한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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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입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침묵하면 마음의 귀가 열린다고 한다. 침묵이란 그저 조용히 있는 상태가 아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침묵이란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서도 넌지시 말하는 무언의 소통일 수 있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면, 침묵을 지키지 못했던 것에는 백번이라도 후회해야 한다.”
작가 톨스토이도 이처럼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이나 그림도 말로 설명하지 않는데도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팩트가 뭐냐고 설왕설래하면 사진을 보여주면 된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 한 장은 결정적인 사실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니까. 사진 한 장이 사회적 쟁점을 부각시키며 여론을 향방을 결정하기도 한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집행된 페덱스의 광고 ‘아기’ 편(2013)에서는 세트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모든 메시지를 전달했다. 두루 알다시피 페덱스(FedEx)는 국제 특송 서비스 브랜드다.
카메라는 남녀가 막 사랑을 나누려고 하는 그럴싸한 순간을 포착했다. 침대에서 남자가 여자의 속옷을 벗기려 하자 여자도 팔을 들어 옷이 잘 벗겨지도록 도와주고 있다.
각각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 증거다. 옷을 벗긴 다음에 진도가 얼마나 나갔을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방문 앞에 아기가 담긴 바구니가 놓여있다. 시간이 빛의 속도로 흘러 280일이 지나갔고, 벌써 아기가 태어났다는 재미있는 설정이다.
아기라는 선물이 그처럼 빨리 배송됐다니 엄청난 비약과 과장이다. 인형을 놓고 촬영한 사진이겠지만 선물 바구니에 담겨있는 아기가 정말 귀엽게 느껴진다.
페덱스의 배송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처럼 재미있게 표현했다. 이 광고에는 카피가 한 줄도 없지만, 사진 한 장으로 페덱스의 쾌속 배송을 완벽히 설명했다.
만약 카피를 써서 빠른 배송 어쩌고저쩌고 하며 구구절절 설명했더라면 광고 보는 재미가 반감됐을 터. 광고의 완성도도 낮아져 소비자들이 무릎을 치며 감동하기는 어려웠을 법하다.
뭐가 좋다며 생색을 내거나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침묵할 때 이처럼 더 많은 말을 할 때도 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집행된 뉴트리밸런스(Nutri Balance)의 광고 ‘나쁜 개’ 편(2009)은 포토 에세이라 할만하다.
속옷 차림의 아내는 침대에 기댄 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퇴근길인지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인지 남편은 제복 차림이다.
애완견은 커튼 자락을 물어 당기고 있다. 그러자 커튼 밑으로 살짝 드러나는 사람의 발. 남편은 가방을 손에 든 채 그쪽을 쳐다본다.
바람을 피던 도중에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놀란 상대방이 허겁지겁 커튼 뒤로 숨었으리라. 좋은 사료를 줬더라면 애완견이 커튼 자락을 물어 당기지도 않았을 텐데, 강아지 때문에 딱 걸린 셈이다. 비주얼만 봐도 한 눈에 파악되는 광고다.
광고의 왼쪽 하단을 보면 “나쁜 사료, 나쁜 개(Bad food, Bad dog)”라는 짧은 카피가 있다. 하지만 뉴트리밸런스의 로고와 유사한 둥근 원에 카피를 넣으니 카피가 아닌 비주얼처럼 느껴진다.
헤드라인 옆에는 사료가 수북이 쌓인 개밥그릇이 있다. 개에게 나쁜 사료를 주면 애완견도 나쁜 행동을 하고, 결국 주인에게 등을 돌린다는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했다.
창의성을 인정받은 이 광고는 2009년 클리오 광고제의 인쇄광고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애완견도 삐치면 때로는 난처한 일을 벌여 골탕을 먹이니까 영양가 있고 맛있는 뉴트리밸런스를 먹이라는 뜻이다. 사진 한 장으로 할 말 다 하는 유머러스한 광고다. 두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침묵(Silence)이다. 침묵이란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상태다. 광고에서는 카피(말)가 없어도 사진 한 장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수없이 속삭이고 있다.
광고를 보는 순간 빙그레 웃을 수밖에 없다. 국제사진공모전(IPA: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에는 사진 한 장에 숱한 이야기를 담은 걸작이 출품된다.
해마다 120여개 나라의 13,000여 작가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렌즈에 담에 이 공모전에는 출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미있게도, 사진작가 전민조의 사진집 제목은 『사진이 다 말해 주었다』(2016)이다. 이 책에 수록된 흑백사진들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그 궤적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경영자도 정치인도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있다. 불필요한 말을 너저분하게 지껄이기보다 외려 침묵이 낫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장 나쁜 침묵은 선택적 침묵이다. 유리할 때는 떠벌리고 불리할 때는 말을 안 하며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가장 나쁜 침묵이다.
말을 하고 안 하고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해당되지만, 대부분의 묵비권은 자기 방어보다는 비겁한 회피를 위해 행사되는 경우가 많다.
말해야 할 때 말 하고 말하지 말아야 할 때 입을 닫는 ‘그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그 타이밍을 아는 것이 삶의 경험이나 지혜다.
“타이밍이 맞는 침묵은 가장 위엄 있는 표현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헬프린(Mark Helprin)은 이런 말을 했다.
경영자로서,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윗사람으로서, 저절로 위엄이 우러나게 하려면 침묵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어리석은 경영자는 직원들 위에 군림하려고 시시콜콜 간섭하고 때로 거친 말도 퍼붓지만 결국 위엄만 잃을 뿐이다. 타이밍에 맞게 침묵하면 저절로 위엄이 우러난다.
말없이 상대방을 바라보라. 말없이 눈 맞춤 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느끼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면 곤란한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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