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덮친 도시…'회복가능한 건축'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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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112개 도시 190명 작가의 향연
역대 최대 규모 개최
112개 도시 190명 작가의 향연
역대 최대 규모 개최
흰 뱀처럼 가늘고 긴 교량. 교량이 놓인 원형 테이블에는 설계도면과 사진들이 마치 현장에서 벌어진 시간과의 싸움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둥근 시계 모양으로 둘러쳐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제노바 산 조르조 대교의 건설과정을 보여준 전시작품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항구도시 제노바에 지어진 제노바 산 조르조 대교는 이탈리아인들에겐 아픔이면서 동시에 회복을 의미하는 다리다. 2018년 8월 일부 상판과 교각이 갑작스레 무너지며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모란디 대교를 2년 만에 재건한 것이다. 1994년 10월, 32명이 사망했던 한강 성수대교 붕괴사건과 닮아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이 대교의 모형은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단순한 건축전시가 아니다. 과거에 벌어졌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 곳곳의 도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래에 벌어질 상상 속 도시 이야기도 펼쳐진다. 김승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운영위원장(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은 “기후위기, 인종차별, 빈부격차에 코로나19까지 덮쳐 세계 도시들은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셈”이라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회복 가능한 도시(Resilient city)’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비엔날레를 통해 공유했다”고 소개했다.
지하에서 발생하는 지열에너지를 활용해 지상은 물론 지하에도 거주공간을 마련하는 시카고(GEOEG+에너드레이프, 시카고: 지열을 통한 냉난방 개입), 도시 개발로 인해 잃어버린 하천들을 살려내는 토론토(갬비츠, 도시의 아래: 하천들) 등 DDP 전시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몰리는 인기 작품에선 각 도시가 추구하는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첫 참가 도시인 스페인 빌바오는 ‘길을 잃은 사람들이나 어쩌다 들렀다’는 쇠락한 공업도시였다. 그랬던 빌바오가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문화예술도시로 변모한 과정이 사진으로 펼쳐진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숲을 없애지 않고 버려진 테겔공항 부지를 산업·주거단지로 살려내는 베를린의 실험도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중심에 자리잡은 거대한 5개의 타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비트루비안 맨’을 떠올리게 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높이가 다른 타워의 팔에는 폐쇄회로TV(CCTV)가 매달려 있다. 타워 밑을 뱅뱅 도는 작은 로봇에도 CCTV가 달렸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큐레이팅을 맡은 최춘웅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사람, 동물, 로봇이 함께 살아갈 미래도시를 상상하게 하는 기획”이라며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다만 대중과의 소통 측면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는 평가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안내문이 더욱 쉽고 친절했으면 한다”는 관람객의 의견이 많았다.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선 운동화는 필수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지난해 이탈리아 항구도시 제노바에 지어진 제노바 산 조르조 대교는 이탈리아인들에겐 아픔이면서 동시에 회복을 의미하는 다리다. 2018년 8월 일부 상판과 교각이 갑작스레 무너지며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모란디 대교를 2년 만에 재건한 것이다. 1994년 10월, 32명이 사망했던 한강 성수대교 붕괴사건과 닮아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이 대교의 모형은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날 수 있다.
총감독에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올해로 3회를 맞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오는 10월 말까지 서울 을지로 DDP, 세종대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청계천로 세운상가 일대에서 열린다. 세계 53개국 112개 도시에서 190명 작가, 40개 대학, 17개 정부·공공기관이 참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69·사진)가 총감독을 맡아 이끌고 있다.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단순한 건축전시가 아니다. 과거에 벌어졌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 곳곳의 도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래에 벌어질 상상 속 도시 이야기도 펼쳐진다. 김승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운영위원장(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은 “기후위기, 인종차별, 빈부격차에 코로나19까지 덮쳐 세계 도시들은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셈”이라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회복 가능한 도시(Resilient city)’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비엔날레를 통해 공유했다”고 소개했다.
지하에서 발생하는 지열에너지를 활용해 지상은 물론 지하에도 거주공간을 마련하는 시카고(GEOEG+에너드레이프, 시카고: 지열을 통한 냉난방 개입), 도시 개발로 인해 잃어버린 하천들을 살려내는 토론토(갬비츠, 도시의 아래: 하천들) 등 DDP 전시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몰리는 인기 작품에선 각 도시가 추구하는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세계 도시의 고민·해법 제시
DDP 전시가 세계 건축가와 작가들의 작품 중심이라면,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전시는 도시 정책을 수립하는 각 도시의 행정가들을 끌어들였다. 전시에서 나온 여러 고민과 해법을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올해 첫 참가 도시인 스페인 빌바오는 ‘길을 잃은 사람들이나 어쩌다 들렀다’는 쇠락한 공업도시였다. 그랬던 빌바오가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문화예술도시로 변모한 과정이 사진으로 펼쳐진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숲을 없애지 않고 버려진 테겔공항 부지를 산업·주거단지로 살려내는 베를린의 실험도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중심에 자리잡은 거대한 5개의 타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비트루비안 맨’을 떠올리게 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높이가 다른 타워의 팔에는 폐쇄회로TV(CCTV)가 매달려 있다. 타워 밑을 뱅뱅 도는 작은 로봇에도 CCTV가 달렸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큐레이팅을 맡은 최춘웅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사람, 동물, 로봇이 함께 살아갈 미래도시를 상상하게 하는 기획”이라며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코로나에도 방문객 ‘최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8월 유료입장권(DDP 관람) 사전판매 수량은 5000장을 돌파했다. 1회와 2회 비엔날레 때의 다섯 배다. 9월 16일 개막 이후 하루평균 방문객 수는 423명으로 1회(412명), 2회(326명)보다 많다. 전시장을 방문하기 전에 미리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앱을 설치하면 편리하다. 작품마다 QR코드를 찍으면 전시 설명을 바로 들을 수 있다.다만 대중과의 소통 측면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는 평가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안내문이 더욱 쉽고 친절했으면 한다”는 관람객의 의견이 많았다.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선 운동화는 필수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