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 프로젝트의 큐레이터를 맡은 ‘푸하하하 프렌즈’ 윤한진 소장(왼쪽부터), 한양규 소장, 한승재 소장. 김영우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 프로젝트의 큐레이터를 맡은 ‘푸하하하 프렌즈’ 윤한진 소장(왼쪽부터), 한양규 소장, 한승재 소장. 김영우 기자
‘세계(世)의 기운(運)이 모인다’는 뜻의 ‘세운상가’는 한국 주상복합건축물의 효시로 꼽힌다. 1960년대의 개발 염원을 담았던 곳. 흥망성쇠를 모두 겪으며 반세기를 이어온 이곳에 지난달 16일 독특한 구조물이 설치됐다. 가설 펜스로 꽁꽁 둘러싸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이 현장 프로젝트의 큐레이터를 맡은 건축사무소 ‘푸하하하 프렌즈’ 한양규 소장(38), 한승재 소장(38), 윤한진 소장(37)은 “외형에만 치중한 기존 건축에 대한 염증을 푸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입을 모았다. 윤 소장은 “단순히 새로운 형태만 좇다가 스토리를 잃어버리는 건축을 보면 늘 아쉬웠다”며 “관람객 스스로 도시 건축을 느끼고 즐겨보는 경험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현장 프로젝트의 주제 ‘의심스러운 발자국’은 ‘같은 전시 공간이어도 관람객이 느끼는 경험은 제각각’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모래로 채워진 파빌리온 뜰 곳곳에는 6개 면이 QR코드로 이뤄진 주사위가 놓여 있다. 이 주사위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문학작가 5명의 글을 읽으며 구조물을 감상할 수 있다.

한양규 소장은 “건축과 문학은 저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게 공통점”이라며 “문학과 건축의 만남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를 관람객의 몫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어떤 스토리가 담긴 미래 도시 건축물에서 살고 싶은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30대 건축가 3인 "도시 건축 느끼고 즐기는 경험 중요해"
이들은 같은 건축회사에 다니다가 2013년 동업에 나섰다.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원으로 지하 1층 단칸방을 빌려 시작했다. 한승재 소장은 “누구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건축을 하기로 했다”며 “푸하하하란 이름도 별 뜻 없이 즉흥적으로 지은 것”이라고 했다.

푸하하하 프렌즈의 지난해 매출은 20억원. 건축 설계 때 외관보다 스토리부터 고민하는 작업 방식이 이들의 장점으로 꼽힌다. 2019년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당시 ‘순수성과 패기를 갖고 건축을 풀어가는 작업 방식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성수동의 오래된 공장을 복합문화시설 ‘성수연방’으로 바꾸는 작업,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 사옥 설계도 이들이 했다. 한양규 소장은 “앞으로도 우당탕탕 재미있게 일하면서 성장 스토리를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