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항구를 마비시킨 물류대란이 ‘크리스마스 악몽’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섰다. 백악관 화상회의를 열고 로스앤젤레스(LA)항을 24시간 운영체제로 바꿨다. 월마트 페덱스 등 유통·물류기업은 야간근무 시간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도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물류난 해결에 동참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미 서부 주요 항구인 LA항이 주 7일 24시간 가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로 이어지는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두고 극심한 물류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미 정부는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LA항 운영시간이 주당 60시간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서부 롱비치항은 3주 전부터 일부 시설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이들 항구는 미 컨테이너 수송의 40%를 담당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심야 운행을 늘리고 물건을 빨리 옮길 수 있는 한적한 시간에 (항구를) 가동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류난을 해결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컨테이너와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의 합성어인 ‘컨테이너겟돈’이란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미국은 극심한 항만 물류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위기에서 벗어나 소비 수요가 급증했지만 하역 인력은 빠르게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부항은 물론 동부의 뉴욕항, 조지아주 서배너항도 극심한 상·하역 정체를 겪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대로 가다간 연말 쇼핑 대목을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하락세에 있는 지지율이 또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백악관 회의에는 항만 관계자와 함께 월마트 페덱스 타깃 홈디포 등 유통·물류업체 대표가 참석했다.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삼성이 참석한 데 대해 백악관은 “미 가정에 적어도 한 대의 삼성 제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영향력이 큰 기업이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동참했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를 늘리도록 바이든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월마트는 야간 운송을 늘려 물류 처리량을 지금보다 50% 확대하기로 했다. 페덱스는 밤 시간 항구 하역 작업량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UPS도 24시간 가동할 계획이다. 이들이 사실상 주 7일 24시간 근무체제로 전환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홈디포 타깃도 근무 시간을 확대할 방침이다.

미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연말 전에 물류 대란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테이너선이 항구를 빠져나오기까지 6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성탄절 이전에 적체를 푸는 것은 이미 요원해졌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