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는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만 개의 협력업체와 이익을 나눠야 해서다. 국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 평균값은 5%에 미치지 못한다. 상위 25%로 범위를 좁혀도 8%대 이익을 내는 게 고작이다. 그런 점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글로벌 1위 기업 TSMC는 ‘규격 외’로 분류된다. 지난 3분기 41.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꿈의 영업이익률 40%를 넘어섰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인 삼성전자(2분기 DS부문 30%)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관리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애플(4~6월 29%)까지 뛰어넘었다.

코로나19에도 매출 신기록

3분기 매출 17.5조원 사상 최대…삼성전자·애플 이익률 크게 앞서
3분기 매출 17.5조원 사상 최대…삼성전자·애플 이익률 크게 앞서
TSMC는 14일 실적 설명회(콘퍼런스콜)를 열고 3분기에 4146억7100만대만달러(약 17조5239억원) 매출과 1710억대만달러(약 7조22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 14% 증가했다.

TSMC의 질주는 올초 시작됐다. 지난 상반기에도 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동남아시아 공급망 곳곳에 문제가 생긴 3분기에도 가이던스를 통해 약속한 숫자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선 제품 생산량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3분기 TSMC의 웨이퍼 생산량은 12인치 기준 3646장으로 지난 분기보다 6%가량 늘었고, 39%대였던 영업이익률도 40%대까지 끌어올렸다.

첨단공정 투자 효과 ‘톡톡’

이날 TSMC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7나노(㎚: 1㎚=10억분의 1m)와 5나노 공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첨단 공정에 일찌감치 투자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얘기였다. TSMC의 3분기 매출 가운데 7나노 비중은 34%로 가장 컸고, 5나노 비중도 18%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TSMC의 5나노 비중은 8%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5나노 파운드리 중 TSMC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TSMC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고성능 컴퓨터(HPC), 사물인터넷(IoT)과 전장에서 수요가 컸다”고 설명했다.

수요처별로 가장 매출이 많이 나온 분야는 스마트폰이었다. 매출 비중이 44%에 달했다. 서버용 PC(HPC)가 37% 비중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2% 수준이었던 전장 매출 비중이 4%로 올라온 점도 눈에 띈다.

지역별로는 북미 매출이 65%로 가장 많았다. 지난 분기(64%)와 전년 동기(59%)보다 북미 시장 의존도가 커졌다. 반면 중국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22%에서 올 3분기 11%로 대폭 줄었다. 미국의 대중제재 여파로 분석된다.

애플발(發) 수주감소 불가피

상반기와 3분기 모두 최대 실적을 써냈지만 TSMC가 올해 매출 증가율 목표인 24%를 달성할지는 불투명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동남아 곳곳이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9월 초 120달러(미국 뉴욕거래소 ADR 기준)를 넘어섰던 주가가 13일(현지시간) 109.93달러까지 조정을 받은 배경이다. 이날 실적 발표 후 대만 증시에서도 TSMC 주가는 이렇다 할 반등세를 보이지 못했다.

TSMC는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시설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50%대 총이익률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얘기였다. 이 회사의 3분기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51.3%다.

시장에선 TSMC의 최대 리스크를 애플의 감산으로 보고 있다. TSMC의 최대 고객인 애플이 올해 스마트폰 생산량을 1000만 대 줄일 것으로 알려져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TSMC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5나노 공정 중 애플 비중은 80%에 달한다.

기술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TSMC의 3나노 공정 양산 시점은 2022년 하반기다. 업계 2위인 삼성전자보다 6개월 늦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양산 시점도 2025년으로 못 박은 상태다. TSMC는 아직 2나노 양산 일정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도입 시기도 경쟁사에 비해 뒤처졌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지만 TSMC와 인텔은 2나노 공정부터 적용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