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희 지음 / 사이드웨이
220쪽 | 1만5000원
15년 넘게 외롭고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을 배웅해온 그가 죽음과 장례문화, 인간에 관한 성찰을 담은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를 최근 펴냈다. 책은 저자가 장례지도사가 된 계기에서부터 시작한다.
“40대 중반이던 1996년 방광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저승의 문턱에서 ‘만약 살아남는다면 진정으로 인간다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 창밖에 보이던 장례식장을 보고 죽은 사람을 위해 봉사하기로 했다. 시신을 염습하는 건 세상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마땅한 일이고,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하면서 존엄한 일이다.”
저자는 그간 장례지도사로 일하면서 겪은 과도한 한국 장례문화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장례업자들의 장삿속으로 인해 고인의 자녀만 입던 수의를 시신에도 입히고, 관 안을 꽃밭처럼 꾸미는 ‘꽃염’이 유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남의 죽음을 돈으로 보는 사람들 때문에 장례식장에선 이쑤시개 하나도 돈이 됐다.”
죽음을 최대한 삶과 분리하려는 분위기도 비판 대상이다. 이로 인해 죽음을 다루는 일을 천시하고 관련 시설을 모두 혐오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서구나 일본의 공동묘지와 납골당이 주요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것과 대조적이다. 저자는 죽음을 삶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는 문화를 없애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례는 산 사람들의 놀음이다. 죽은 뒤에 리무진을 타면 무엇 하나. 소박하게나마 고인이 살아 계실 때 잘하는 게 훨씬 더 귀중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돼 있다. 이를 깨달을 때 우리는 고인의 뜻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