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동종 NK세포치료제 개발과 허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한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성공은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 붐을 일으켰다.

자가세포 기반 세포치료제는 장점이 뚜렷하다. 면역거부반응 우려가 없고 주입한 세포가 환자 몸에 장기간 생착해 암세포를 지속적으로 살해한다. 치료 효능이 오래 지속되며 재발률이 낮다.
단점도 있다. 10~20%의 환자는 CAR-T 치료제를 투여받지 못한다. 3주 정도 걸리는 제조기간 중 병세가 악화돼 사망하거나 환자의 T세포 상태가 좋지 않아 제조에 실패하는 경우다.

이러한 한계점 극복을 위해 타인의 세포를 이용해 미리 제조한 세포치료제를 바로 투입하는 동종(off-the-shelf) 세포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T세포와 비교해 off-the-shelf 개발이 용이한 NK세포

T세포치료제의 경우 인간백혈구항원(HLA)이 일치하지 않는 동종 세포를 사용하면 주입한 세포가 환자의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추가적인 유전자 조작이 필요하다.

반면, 동종 NK세포치료제는 T세포에 비해 이식편대숙주질환이 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장점이 되기도 한다. NK 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수용체인 KIR(K iller-cell Immunoglobulin-like Receptor)가 환자의 HLA를 인지하지 못해(KIR-HLA 비일치) 동종 세포가 자가세포에 비해 항암 효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불어 T세포보다 더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암세포를 인지하는 것도 장점이다. NK세포는 T세포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하여 HLA를 발현하지 않는 세포를 KIR로 인지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가 발현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리간드를 여러 종류의 활성화 수용체로 인지한다.

이러한 비특이적 암세포 인지 기능은 NK세포치료제가 혈액암 중 특정 마커로 표적하기 어려운 급성골수성백혈병(AML·Acute Myeloid Leukemia) 치료를 목표로 전통적으로 개발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더불어, NK세포는 항체의 Fc를 인지하며 ADCC(Antibody-Dependent Cellular Cytotoxicity)를 통해 항체가 부착된 암세포를 살해할 수 있는 CD16 수용체를 발현하며 CAR의 도입도 가능해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표적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그러므로 NK세포치료제는 T세포치료제보다 더 다양한 방향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타인의 NK세포는 암 환자의 HLA를 인지할 수 없어 더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종 NK세포에서 자가 NK세포보다 더 우수한 항암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타인의 NK세포는 암 환자의 HLA를 인지할 수 없어 더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종 NK세포에서 자가 NK세포보다 더 우수한 항암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소스의 NK세포치료제

동종 NK세포치료제는 세포 소스에 따라 크게 세포주, 말초혈액 유래, 제대혈 유래, 줄기 세포를 이용한 분화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세포주의 경우 NK세포 유래 림프종 환자의 암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여 구축할 수 있다.

장점은 세포주이므로 지속적인 배양이 가능하여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암세포이므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과 항암 효능이 다소 다른 소스의 NK세포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에게서 바로 추출한 1차 배양세포(primary cell)에 비해 세포주는 그 기능이 떨어진다.

세포주 기반의 NK세포치료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난트퀘스트 (NantKwest)의 NK-92 세포다. NK-92에 높은 친화력(high-affinity)의 CD16을 탑재한 ‘haNK’는 기존 항암항체인 리툭시맙, 세툭시맙, 트라스투주맙 등과의 병용 투여 시 항체의존세포독성(ADCC)을 통해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임상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haNK에 CAR를 별도로 발현하는 t-haNK도 개발하고 있다. NK-92 기반 세포 치료제는 암세포 유래 세포주를 사용하므로 안전성을 위하여 환자에게 주입하기 전에 방사선을 조사하여 증식 능력을 없애야 하며, 이로 인하여 세포치료제가 가지는 큰 장점인 ‘체내에서 스스로 증식하여 오랜 기간 치료 효능을 유지해주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한계점이 있다.

그렇지만, 초기 임상에서 대량 주입 시에도 부작용이 적게 나타났으며, 세포주라서 유전자 조작 후 대량 배양해 얼려 둔 후 녹여서 바로 사용 가능하므로 동종 세포 치료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난트퀘스트는 최근 이뮤니티바이오에 합병되었는데, 이를 통하여 이뮤니티바이오가 보유한 면역항암제와 NK-92 기반 세포치료제가 병용을 통한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듯하다.

성인의 정맥을 통하여 채취하는 말초혈액과 탯줄에서 채취하는 제대혈은 모두 상당수의 NK세포를 얻을 수 있어 동종 세포 NK세포치료제의 중요한 소스로 활용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말초혈액 유래 세포가 제대혈 유래 세포에 비해 더 성숙하고 분화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표현형의 차이는 치료 효능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말초혈액 및 제대혈 유래 NK세포치료제의 가장 큰 한계점은 기증자에 따라 NK세포의 특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기증자 변수는 품질관리에서 제어하기 어려운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면, 줄기세포로부 터 분화해 생산하는 NK세포는 품질관리 측면에서 보다 수월할 것이다. 제대혈에서 분리한 조혈모세포에서 분화한 NK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분화한 NK세포를 이용한 NK세포치료제 개발 열기가 뜨겁다.

NK세포는 유전자 조작이 어렵기로 유명한 세포라서, 이러한 줄기세포 기반 방법이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CAR-NK 등 기능이 향상된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있어 보다 용이할 수도 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NK세포치료제에 맞춰 최적화된 임상전략과 병용전략이 성공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NK세포치료제에 맞춰 최적화된 임상전략과 병용전략이 성공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동종 NK세포치료제의 지속성을 높일 방법

치료에 사용할 정도로 충분한 수의 NK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체외에서 NK세포를 선별적으로 증폭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T세포에 비해 NK세포의 체외 배양은 다양한 수용체의 자극 및 사이토카인이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암세포에서 유래한 지지세포(feeder cell)의 사용이 필요하다. 지지세포의 종류 및 배양 방법에 따라 얻을 수 있는 NK세포의 숫자 및 표현형이 달라질 수 있어서 지지세포 개발 및 배양법 최적화는 NK세포치료제의 중요한 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살아 있는 세포를 직접 주입하는 세포치료제의 효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체내 증식 능력과 지속성이다.

CAR-T 치료제의 치료 효능은 환자 체내 주입 초기 증식률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이상적인 체내 지속성 기간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체내 지속성이 지나치게 짧을 경우 완전관해 유지 기간이 짧아지거나 치료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동종 세포치료제의 체내 지속성은 주입한 세포 자체의 특성과 동종 세포에 대한 환자 면역세포의 면역거부반응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NK세포는 일반적으로 T세포에 비해 체내 지속성이 떨어지며, 이 부분이 NK세포치료제가 T세포치료제에 비해 효능이 떨어지는 요소 중 하나로 간주되어 왔다.

체내 지속성이 좋은, T세포로 치면 기억(memory) T세포에 해당하는, 기억 유사(memory-like) NK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첫 번째는 어댑티브 NK세포로, 거대세포바이러스(CMV·CytoMegaloVirus)에 대한 반응으로 체내에 발생한다. 어댑티브 NK세포는 일반 NK보다 강력한 ADCC를 수행하며 사이토카인 반응이 강하고 종양미세환경의 면역억제세포에 대한 저항성이 더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제퍼리 밀러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한 어댑티브 NK세포 배양 기술을 페이트테라퓨틱스가 이전받아서 현재 임상 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두 번째는 CIML(Cytokine-Induced Memory-Like) NK세포인데, 체외에서 IL-12, IL-15, IL-18 세 종류의 사이토카인으로 NK세포를 단기간 배양하여 생성할 수 있다.

CIML NK세포는 사이토카인이나 활성수용체 자극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항암효능이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의 토드 페닝거 교수 연구팀이 CIML NK세포를 이용해 9명의 AML 환자 중 5명이 완전관해를 보인 초기 임상결과를 2016년에 발표했다.

아쉽게도 CIML NK세포는 환자 체내에서 14일 내외의 지속성을 보였고, 이후 환자의 T세포가 회복되면서 사라졌다. 현재 CIML NK세포는 우젠으로 기술이전되었으며, 우젠은 다양한 암종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최근 우젠은 1억72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CAR-NK세포치료제

위에서 설명한 모든 NK세포치료제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암종에 대한 CAR-NK세포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희망적인 초기 임상 결과를 저명한 의학저널에 지난해 발표한 MD앤더슨의 레브자니 교수 연구팀의 결과를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레브자니 교수 연구팀은 제대혈 유래 NK세 포에 레트로바이러스로 CD19를 인지하고 CD28-z 도메인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2세대 CAR를 발현시키면서 IL-15를 함께 발현시킨다. 임상에 참여한 11명의 환자 중 7명의 환자가 완전관해를 보였고 CAR-T에서 보였던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흥미롭게도, 동종 CAR-NK세포는 낮은 수 준에서 1년 이상 체내에 유지됐다. CAR-NK를 주입하기 전에 환자의 면역세포를 제거하는 컨디셔닝과 CAR-NK에서 발현하는 IL-15의 복합적인 효과로 추정된다.

레브자니 교수 연구팀은 초기 임상에서 CAR-NK세포치료제가 높은 효능과 낮은 부작용을 보이는 등 이상적인 동종 세포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단, 대부분의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에게 추가적인 치료를 수행하여 단독 치료 시 완전관해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다. 더불어 왜 NK에서 크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CD28 보조자극을 사용했는지 궁금했는데, 아마도 그냥 CAR-T에서 사용하는 CAR를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한 듯하다.

페이트테라퓨틱스 등에서는 NK세포 고유한 수용체인 NKG2D/2B4 등의 보조자극 도메인으로 사용하는 CAR-NK를 개발하고 있다.

CAR-T 치료제에서 보조자극 도메인을 무엇을 쓰는가에 따라 CAR-T의 항암 효능 및 체내 지속성 등이 다르게 나왔던 것처럼 CAR-NK세포치료제에서도 보조자극 도메인에 따라 CAR-NK세포의 거동 및 항암 효능이 차이가 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현재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 중인 다양한 NK세포치료제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NK세포치료제는 전임상부터 임상 1·2상 등 CAR-T 치료제에 비해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이 중 어떤 NK세포치료제가 과연 가장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지, 혹은 특정 암종에서 두드러지는 임상 결과를 발표할지 등 향후 결과가 궁금하다.

각 NK세포치료제가 다양한 특성을 가진 만큼 그에 최적화된 임상전략 혹은 병용전략이 성공의 핵심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자 소개>

[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동종 NK세포치료제 개발과 허들
도준상
면역학을 공부하는 공학자다. 2006년 MIT에서 화학공학·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UCSF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11년간 근무했고, 2019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생체재료를 면역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라는 대중서를 집필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