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모회사 디피씨에 흡수합병된다. 합병회사는 전업 투자사로 변신하고 기존의 디피씨 사업부문은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합병회사 이름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일종의 우회상장 방식을 통해 상장사로 변신하는 셈이다.

디피씨는 15일 구조 개편을 위해 디씨피 1주당 스틱인베스트먼트 0주의 비율로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디씨피는 “장기적인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본건 합병 등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주주 및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씨피는 합병 이후 기존 제조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디피씨는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에 들어가는 고압변성기 등 부품을 생산한다. 이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204억원 정도다. 이 사업부문을 분할해 장기적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디피씨는 투자 사업부문만 남게 돼 순수 투자업을 본업으로 삼게 된다.

업계에선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연말께 자산 5조원을 넘게 된 데 따른 조치로 보고 있다. 자산 5조원을 넘기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 내역 등을 공개해야 하는 등 다양한 규제가 따른다. PEF 관계자는 “PEF는 특성상 투자 자산이 많고, 이 가치가 수시로 변동된다”며 “자산가치가 10조원을 넘으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또다시 규제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흡수합병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상장되는 효과도 생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경영권이 그대로고, 비상장주식이 상장되는 효과 등은 없어 법상 우회상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스틱은 간이합병, 디피씨는 소규모합병 형식이어서 별도의 신주 발행도 없다”고 했다. 디피씨 측은 오는 12월 주주총회에서 디피씨의 사명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바꾸기로 했다. 물적 분할되는 제조업 부문은 매각 진행 과정에 따라 디피씨 이름을 계속 쓸지 정하기로 했다.

디피씨 주가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많다. 그동안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성과를 감안하면 수익성과 성장성이 디피씨의 제조업 부문을 웃돈다는 분석에서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이 4조7000억원가량으로 스타트업 등 유망 기업 투자에 강점을 보여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