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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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구조의 특징 중 하나가 높은 자영업자 비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근 통계를 보면 38개 회원국 중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6위다. 최저임금을 올려 소득을 늘리고 성장을 견인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한 것도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자영업자가 고용한 종업원 소득(최저임금)은 오를지 몰라도 그 부담으로 종업원을 내보내거나 아예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면 소주성 주장의 근거는 무너지고 만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현장에선 이런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이 19.9%를 기록하며 사상(199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직후 28%대를 오르내리던 자영업자 비중이 꾸준히 감소하고는 있었지만, 2017년 21.3%였던 자영업자 비중은 4년만에 1.4%포인트 하락했다.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은 자영업자라던 한국 산업구조와 고용시장이 이제는 근로자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표현을 바꿔야 할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절대 숫자도 2017년 568만명에서 지난 달 552만명으로 대략 16만명이 사라졌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고용주) 수는 지난 달 2만6000명 줄어들며 3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면 종업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자영자)는 2만2000명 늘어났다. 이는 3~4년 전과 비교해 완전히 달라진 패턴이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자영업자가 크게 줄었는데, 전체 자영업자의 72% 가량을 차지한 자영자 감소세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고용주가 줄어 전체 자영업자 수와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 자체가 본래 영세한 사업이지만, 갈수록 그 규모가 더 쪼그라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자영업자들이 감당할 수 없어 쓰던 알바생도 내보내고 본인의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가족의 도움을 얻는 식으로 운영하는 가게가 늘었다. 코로나로 인한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으로 이어진 때문이기도 하다. 차라리 가게 문을 닫는 게 손실을 줄이는 길이고, 조금 전까지 '사장님'이었던 자영업자들이 배달앱 기사, 대리운전 기사로 사방팔방 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도한 자영업자 비중은 '선진국' 한국 경제의 감추고 싶은 부분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급격한 감소세 속에 감춰진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생각해보면 그리 여길 때도 아닌 것 같다. 한편으론 자영업이란 고용형태가 실업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떠받친 순기능을 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외환위기 전에는 고용주의 증가가 실업률을 낮추고 성장률을 높여왔으며, 외환위기 이후엔 순수 자영자가 실업을 줄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제 20% 아래로 떨어진 자영업자 비중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자영업자를 줄이거나 자영업 전환 유인을 억제하려는 정책적 시도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과거 20년 가까이 자영업자 비중이 장기간 감소한 것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대돼온 것과 무관치 않다. 취업이나 재취업 때 자영업자로 진입하는 것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영업에 좀 더 적합하고 생산적인 사람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은 이들 또한 두손 들게 만들고 있다.

결국 배달앱 기사 등으로 다시 고용시장으로 복귀한 자영업자들의 고용 유지와 안정적 생활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쪽에 더 집중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체 근로 등이 '자영업 붕괴'의 완충지대로 역할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자영업의 순기능도 살려갈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소주성이 절반은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소주성 설계자들의 자가당착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장규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