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북아일랜드 협정 수정"…EU "이행 거부땐 전력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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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협정 수정 놓고 戰雲
EU에 남기기로 한 북아일랜드
英, 통관·검역문제 재협상 요구
"응하지 않으면 협정 유예하겠다"
EU "국제법 위반땐 무역전쟁"
에너지 공급 중단 등 보복 경고
EU에 남기기로 한 북아일랜드
英, 통관·검역문제 재협상 요구
"응하지 않으면 협정 유예하겠다"
EU "국제법 위반땐 무역전쟁"
에너지 공급 중단 등 보복 경고
유럽 전역이 에너지 위기로 들끓는 가운데 영국의 에너지 공급 경색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북아일랜드를 놓고 벌어진 영국과 EU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주요 회원국은 영국이 북아일랜드 협정 이행을 거부하면 에너지 공급 중단 등 강력한 보복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협정이란 지난해 1월 발효된 브렉시트 협정의 일부분으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이 맞닿은 북아일랜드가 EU 단일시장에 남기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과 EU는 영국령이지만 EU에 남은 북아일랜드에 적용된 통관 및 검역 절차 등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브렉시트 담당 장관이 “EU가 영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역사적 오판이 될 것”이라며 “영국이 협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일방적으로 협정 일부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영국의 요구 사항은 크게 북아일랜드에서 판매되는 영국 상품에 대한 통관 등 검사 면제, 북아일랜드 관련 분쟁에 대한 유럽사법재판소(ECJ) 결정권 철회 및 독립적 중재위원회 발족 등이다. 프로스트 장관은 영국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북아일랜드 협약 제16조를 사용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16조는 협약이 심각한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문제를 초래하면 협정 이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에 EU 5개 회원국은 마로스 세프코비치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영국이 16조를 발동하면 언제 촉발할지 모를 무역전쟁에 대비하는 비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가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해당 방안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되고 있는 방안 중에는 영국이 EU의 에너지 공급망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영국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을 경우 양측의 무역협정을 파기하는 방안도 담겼다. EU 회원국들은 집행위에 “합법적으로 건전하고 비례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도출하길 바란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관은 FT에 “프로스트 장관은 그가 불장난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그러나 불을 가지고 놀다간 화상을 입기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EU는 영국에 반격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권을 갖고 있다”며 “에너지 공급이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EU와 연결된 해저케이블, 파이프라인에 에너지 수급을 의존하고 있다. 전력 공급의 최대 10%와 가스 공급의 12%가 EU와 연결된 망에서 이뤄진다. 프랑스가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어업권을 놓고 별도의 분쟁을 벌이면서 영국으로 수송되는 2GW 용량의 전기케이블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EU는 영국에 대해 에너지를 압박 카드로 사용한 적이 있다.
올 들어 가스 가격이 250% 이상 급등한 영국은 EU의 에너지 공급 압박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에선 에너지 경색으로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소비자들이 휘발유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서고 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알렉세이 오버척 러시아 부총리를 만나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급등 문제에 대해 “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절반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영국과 EU는 영국령이지만 EU에 남은 북아일랜드에 적용된 통관 및 검역 절차 등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브렉시트 담당 장관이 “EU가 영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역사적 오판이 될 것”이라며 “영국이 협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일방적으로 협정 일부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영국의 요구 사항은 크게 북아일랜드에서 판매되는 영국 상품에 대한 통관 등 검사 면제, 북아일랜드 관련 분쟁에 대한 유럽사법재판소(ECJ) 결정권 철회 및 독립적 중재위원회 발족 등이다. 프로스트 장관은 영국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북아일랜드 협약 제16조를 사용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16조는 협약이 심각한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문제를 초래하면 협정 이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에 EU 5개 회원국은 마로스 세프코비치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영국이 16조를 발동하면 언제 촉발할지 모를 무역전쟁에 대비하는 비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가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해당 방안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되고 있는 방안 중에는 영국이 EU의 에너지 공급망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영국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을 경우 양측의 무역협정을 파기하는 방안도 담겼다. EU 회원국들은 집행위에 “합법적으로 건전하고 비례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도출하길 바란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관은 FT에 “프로스트 장관은 그가 불장난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그러나 불을 가지고 놀다간 화상을 입기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EU는 영국에 반격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권을 갖고 있다”며 “에너지 공급이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EU와 연결된 해저케이블, 파이프라인에 에너지 수급을 의존하고 있다. 전력 공급의 최대 10%와 가스 공급의 12%가 EU와 연결된 망에서 이뤄진다. 프랑스가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어업권을 놓고 별도의 분쟁을 벌이면서 영국으로 수송되는 2GW 용량의 전기케이블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EU는 영국에 대해 에너지를 압박 카드로 사용한 적이 있다.
올 들어 가스 가격이 250% 이상 급등한 영국은 EU의 에너지 공급 압박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에선 에너지 경색으로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소비자들이 휘발유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서고 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알렉세이 오버척 러시아 부총리를 만나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급등 문제에 대해 “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절반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