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노인 설정 '관심'
노인성 질환? "젊은 나이도 발병"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타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번부터 456번까지 참가자들은 이름 대신 참가 순서대로 불리는데, 1번 참가자 오일남(오영수)이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는 설정이다.
극 중 오일남은 잔혹한 상황에서도 해맑은 모습으로 과거를 추억하고, 게임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소변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성기훈(이정재)과 구슬치기를 할 때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치매가 뭐길래
극중 오일남이 보여준 모습은 전형적인 치매 증상으로 꼽힌다.치매는 지능, 의지, 기억 등 정신적인 기능이 감퇴하는 질병을 뜻한다. 방금 하려던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생각나지 않을 경우, 평소 알고 있던 사람의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알츠하이머로 불리는 퇴행성 뇌 질환이 치매의 대표적인 병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치매 환자는 80만 명 이상, 매년 4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치매는 노인성 질환으로 흔히 알려졌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걸리는 병은 아니다. 20대, 30대의 젊은 나이라도 스트레스나 알코올 섭취 등으로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가 발병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고혈압, 당뇨 이력이 있거나 콜레스테롤이 높았던 사람일수록 치매 발병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아래는 고려대 구로 병원이 소개한 '한국판 치매 선별 질문지'(KDSQ-C)로 자가진단 15가지 항목 중 6개 이상 해당하면 정확한 치매 진단 및 검사가 요구된다.
1. 오늘이 몇 월이고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른다.
2.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한다.
3.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4. 약속하고서 잊어버린다.
5.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6.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을 대기가 힘들어 머뭇거린다.
7. 대화 중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물어본다.
8.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9. 예전보다 계산능력이 떨어졌다.
10. 성격이 변했다.
11. 이전에 잘 다루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러졌다.
12. 예전보다 방이나 주변 정리 정돈을 하지 못한다.
13.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선택하여 입지 못한다.
14. 혼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가기 힘들다.
15. 내복이나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고 한다.
치매 치료, 어떻게 해야할까
치매에는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약물을 통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면서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 여기에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관리, 혈압 관리, 금연 및 금주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면서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오징어게임'의 일남과 같이 극단적인 감정의 기복이 발생하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족 없이 우울함을 느끼는 일남과 마찬가지로 우울 증상이 심할수록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 의대 정신의학·행동과학과의 윌라 브레노위츠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중추신경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이 과잉 활성화되면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고 저장되는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가 손상된다. 우울증이 해마를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일단 치매가 발병하면 완치는 현재까진 불가하다.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을 위해 20대부터 건강한 식단, 흡연과 알코올 제한, 운동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육류 등 고지방 음식은 피하고 생선, 채소, 견과류, 과일, 해조류 같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주 3회 이상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면 뇌세포 위축을 막고 활동을 촉진시켜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꼭꼭 씹어 먹으면 턱 근육을 움직이는 '저작운동'이 활발해져 파로틴 호르몬 분비를 도와 혈관성 치매 위험도 줄인다. 파로틴은 혈관의 신축성을 높이고 백혈구 기능을 활성화하는 호르몬으로, 혈관을 건강하게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등의 활동도 뇌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