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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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신차 할 것 없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터진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가 올 들어 본격화한 가운데 원자재 가격마저 치솟은 탓이다. 연말에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도 종료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급난 여파가 이어지면서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뛰어넘는 이례적 일까지 발생했다.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내년도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승용차 평균 가격은 3872만원으로 작년(3746만원) 대비 3.4% 올랐다. 2019년과 비교하면 10.0% 증가했다. 레저용차량(RV) 평균 가격도 지난해보다 3.7%, 2019년 대비로는 14.9% 올랐다. 쌍용차 역시 올해 상반기 차량 가격이 작년과 비교해 4.1% 상승했다.

차량 가격 인상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테슬라는 국내외 시장에서 올해 들어 7차례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3만6990달러(약 4378만원)였던 모델3(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기준) 미국 판매 가격은 4만1990달러(약 4970만원)로 5000달러(약 590만원) 인상됐다. 모델Y(롱레인지 듀얼 모터 기준) 가격도 올 초 5만990달러에서 6만1990달러로 올랐다. 모델X와 모델S도 올해 들어 가격이 1만달러(약 1182만원) 상승했다.

도요타는 이달부터 인도 판매 가격을 평균 2% 올렸고, 앞서 기아 인도법인도 지난 9월 쏘넷과 셀토스 가격을 인상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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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 배터리, 반도체 등 자동차 핵심 부품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업체의 경우는 부품 수급시 환율 인상도 부담이다.

올해 철광석 가격이 작년 대비 2배 이상 오르면서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 자동차용 강판 가격은 t당 5만원 올랐다. 지난 8월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는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올렸고 일본 르네사스, 네덜란드 NXP 등 반도체 업체 역시 올 초 가격 인상을 일제히 단행했다.

차량 가격의 핵심은 반도체, 배터리 가격이다. 반도체 가격이 10% 오르면 자동차 생산 원가는 약 0.18% 높아진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리튬·니켈·코발트 가격은 전년 대비 29~193% 급등했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모습. 사진=뉴스1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에 따른 출고 적체도 국내외 불문 차량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도 들썩인 이유다. 지난달 미국 중고차·트럭 가격 상승률은 24.4%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세를 이끈 주범으로 꼽힌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달 2018년식 중고 팰리세이드 가격은 최대 3800만으로 지난 1월보다 무려 9.1% 올랐다. 신차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등록된 매물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은 올해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약 1015만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예상 수요(8728만6000대)의 11.6%에 달하는 규모다. 쏘렌토, 투싼과 같은 현대차·기아의 인기 차종은 주문 후 인도까지 최대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국산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들 구매 부담은 커지고 있다. 업체들이 부분·연식변경을 통해 차량 가격을 높여 자동차 가격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경쟁력도 각종 프로모션으로 무장한 수입차 대비 더 이상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실제 올해 연식변경 된 셀토스 2022년형은 1년 전 모델보다 가격이 10만~31원가량 올랐다. 일부 옵션이 기본화됐다고 하지만 구매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가격까지 1400~2000만원대 책정되면서 '2000만원 경차 시대'가 열렸다. 여기에 올해를 끝으로 자동차 개소세 인하 정책이 일몰되면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