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우주산업 총괄 한화 3세 김동관, ㈜한화 지분율 더 늘려
정몽준 장남 정기선 사장 승진…코오롱 4세 이규호 공식 석상 첫 등장

재계 오너가(家) 3·4세들이 지분 매수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높이거나 경영 일선에 나서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그룹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신사업을 주도하며 경영 능력을 시험받고 향후 경영권 승계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오너가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는 이달 들어 ㈜한화 주식 160만2천274주(2.14%)를 장내 매수했다.

최근 종가 기준 약 544억원 규모다.

존재감 높이는 오너가 3·4세…그룹 신사업 주도하며 입지 강화
이달 1일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흡수 합병한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지분 50%를, 2·3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이번 매수로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격 회사인 ㈜한화의 지분율을 7.33%까지 늘리게 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을 김승연 회장에서 김동관 사장으로 이어지는 한화그룹 3세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한화 지분은 김승연 회장이 22.65%, 김동관 사장이 4.44%, 김동원·김동선이 각각 1.67%를 보유하고 있는데, 김동관 사장이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지분율을 더 높여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조금씩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에너지는 지난 8월부터 꾸준히 ㈜한화 지분을 매수해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화에너지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 한화 지분 매수 등은 승계 절차가 구체적인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1983년생인 김 사장은 한화그룹이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와 우주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를 맡아 태양광 솔루션과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키우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한화그룹 내 우주 산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 팀장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그룹 내 우주 사업의 조종대를 잡았다.

재계에선 한화 3형제 중 그룹 핵심사업을 주도하는 김 사장이 멀지 않은 시점에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김승연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만큼 당분간 경영수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존재감 높이는 오너가 3·4세…그룹 신사업 주도하며 입지 강화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오너가 3세 정기선 부사장이 최근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 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자리에 올랐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사장은 1982년생으로, 연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정 사장은 그간 현대중공업그룹 내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발굴을 진두지휘해 왔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이 미래 성장계획의 한 핵심 축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드림 2030 로드맵'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드맵은 각 계열사의 인프라와 기술을 집결해 2030년까지 수소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재계에선 정 사장이 앞으로도 수소·AI 등 그룹 신사업 발굴을 주도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영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그룹 오너가 4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은 최근 그룹을 대표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보였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수소위원회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코오롱그룹의 수소 비전을 발표했다.

이 부사장이 공식 석상에 선 첫 자리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장남인 이 부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고속 승진을 거쳐 지난해 부사장에 올랐다.

현재 코오롱글로벌에서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 담당 자동차 부문을 이끄는 이 부사장은 앞으로 수소 등 코오롱그룹의 신사업을 주도하며 경영 승계를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존재감 높이는 오너가 3·4세…그룹 신사업 주도하며 입지 강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