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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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한지 불과 이틀만이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이날 ‘전 총리’ 자격을 강조하며 직접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 이후 한국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며 향후 한·일 관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17일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 시작일을 맞아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을 이끈 A급 전범들이 합사된 곳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3년 재취임한 이후 역대 일본 총리들은 한국 등 주변국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신사의 춘계·추계 제사 시작일과 태평양전쟁 종전기념일(8월15일) 등에 맞춰 직접 참배하거나 공물을 봉납해왔다.


기시다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물 봉납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로부터 불과 이틀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5일 취임 이후 처음 통화한 문 대통령에게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위안부 판결 문제와 관련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통화 직후 취재진에 “국제적 약속, 나라와 나라의 약속 또는 조약, 국제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의 행보가 전임자인 스가·아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보수층이 한국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날 일부 현지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은데 대해 “한국과 중국과의 외교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지만, 퇴임한지 13일밖에 안 된 스가 전 총리는 이날 직접 참배한 뒤 “전(前)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왔다”며 공인 자격 참배라는 점을 강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