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의보 접하고 단단히 준비…급하게 장사하러 나온 풀빵 상인도
초겨울 추위에 외투 여민 시민들…"가을은 건너뛰나요"
"갑자기 너무 추워지니까 가을은 다 지나갔나 싶어요.

그래도 낮에는 조금 따뜻해진 것 같아요.

"
이례적인 가을 한파가 닥친 17일 서울 도심으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대부분 초겨울에나 입을 법한 패딩과 코트 차림이었다.

이날 서울 아침 기온은 1.3도를 기록하면서 1954년 10월 13일(1.2도) 이후 67년 만에 가장 낮았다.

평년보다 17일이나 이르게 첫얼음이 관측되기도 했다.

전날 오후 9시부터 내려진 한파주의보 덕분에 얇은 차림으로 나왔다가 덜덜 떠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10월에 성큼 다가온 겨울 날씨는 낯설게 느껴진다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자친구와 두꺼운 후드티셔츠를 맞춰 입고 종로구 인사동 구경을 하던 윤모(24)씨는 "별생각 없이 나오려고 했는데 엄청 춥다고 하길래 작년에 커플티로 맞춘 옷을 꺼내입었다"며 "손잡고 다닐 건데 장갑이라도 끼고 올 걸 그랬다"고 웃었다.

거리에는 쌀쌀한 날씨에 맞춰 호떡, 붕어빵을 팔기 시작한 노점상들도 눈에 띄었다.

탑골공원 부근 인사동 초입에서 붕어빵을 굽던 한 노점상은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급하게 장사 준비를 해서 나왔다"면서도 "어제랑 오늘 아침이 가장 추웠던 것 같은데 생각했던 것보다 손님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초겨울 추위에 외투 여민 시민들…"가을은 건너뛰나요"
오전 10시께 한파주의보가 해제되고 정오를 지나며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자 나들이하러 나온 시민들 일부는 코트와 패딩을 벗고 팔에 걸치고 다녔다.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의 야외 테라스 좌석은 따스한 햇볕을 쬐려는 시민들도 금세 북적였다.

중구 무교동 골목은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로 붐볐다.

평양냉면집은 한산했지만 북엇국 집 앞에는 롱패딩과 두툼한 재킷을 입은 손님 10여명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계천 인근을 산책하러 나온 조모(60)씨는 "지난주에 나올 때는 반소매를 입었는데 날씨가 순식간에 돌변한 것 같다"며 "그냥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다고 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량 패딩' '수면양말' '기모바지' 등 방한 의류와 관련된 단어들이 인기 키워드로 검색되기도 했다.

은평구 주민 김모(31)씨는 "조금 더 추워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추워져서 인제야 겨울 외투들을 옷장에서 꺼내 부랴부랴 세탁소에 맡겼다"고 했다.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권모(35)씨는 "올해는 가을이 아예 없어지고 여름에서 바로 겨울로 계절을 하나 건너뛴 느낌"이라며 "사둔 트렌치코트를 한 번도 못 입게 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