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 명의로 예금 계좌를 개설했다가 그 자금을 다시 부모 예금으로 옮기거나 임의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세무상 문제는 없을까.

다른 사람의 명의로 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를 ‘차명계좌’라고 한다. 자금이 본인 것이어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계좌를 열면 그 사람에게 돈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 명의자와 자금의 원천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과세관청에서 차명계좌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파악해 과세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3년 개정된 세법에서는 차명계좌에 자금이 입금된 시점에 명의자가 그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명의자가 그 자금의 원천을 소명해야 한다. 소명하지 못한다면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과세관청이 증여세를 물릴 수 있다.

2014년 11월 29일 이후부터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이 확인된 계좌는 명의인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본인의 것이라고 주장하려면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또 누구든지 조세를 탈루할 목적으로 타인 명의로 금융 거래를 한다면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부모가 자녀 명의의 예금을 가입한 경우에도 명의자가 해당 계좌가 차명계좌임을 스스로 밝힌다면 명의자에게 증여세가 부과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대로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에 대해 명의자가 그 원천을 밝히지 못한다면 명의자가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다만 직계존비속(부모와 자녀) 간에는 10년간 5000만원(미성년은 2000만원)의 증여재산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범위 내에서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자녀 이름으로 계좌 만들 때 증여세 주의해야
차명계좌를 통해 증여세를 회피한 경우 과세관청이 해당 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언제든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 실명이 아닌 채로 거래한 금융재산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 원천징수세율이 90%까지 적용될 수 있으며, 증여세 등을 납부할 때 신고불성실 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도 추가로 내야 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송지용 < 하나은행 자산관리사업단 세무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