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20승을 달성했다. 매킬로이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더서밋클럽(파72·7431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더CJ컵(총상금 975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25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175만5000달러(약 20억7000만원)다.

승부처는 이글을 잡은 14번홀(파5)이었다. 러프에서 친 샷이 조금 짧았고 그린 앞에 떨어졌다. 웨지샷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매킬로이는 퍼터를 꺼내 들었다. 그린 밖에서 퍼터로 어프로치샷을 하는 ‘텍사스 웨지’ 작전이었다. ‘S’자로 휘청이며 굴러가던 공은 마지막에 홀을 찾아 들어갔다. 매킬로이도 우승을 예감한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퍼팅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은 콜린 모리카와(24)와 연장에 갈 수도 있었다. 매킬로이는 “(14번홀 이글 후) 리더보드를 확인하니 3타 차로 앞서 있었다”며 “모리카와가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아냈지만 (14번홀 이글 덕분에) 남은 홀에서 안정적으로 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대로 실행했다”고 말했다.

천금 같은 이글 퍼팅으로 매킬로이는 투어 통산 20승을 기록했다. 2010년 5월 퀘일할로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약 11년에 걸쳐 세운 위업이다. 올해는 지난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 이후 5개월 만에 나온 우승이다. PGA투어에서 20승 이상을 기록한 것은 매킬로이가 39번째다.

20승을 달성하면서 PGA투어 평생회원 자격도 예약했다. 투어 의무활동 기간(15년)만 채우면 된다. 매킬로이는 “평생회원 자격을 얻으려면 2년 정도 더 PGA투어에서 활동해야 하지만 20승은 상당한 성과”라며 “2021~2022시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해 더 기쁘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 ‘참패’가 동기부여가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매킬로이가 속한 유럽팀은 지난달 열린 라이더컵에서 9-19로 완패했다. 매킬로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까지 보였다. 그는 “라이더컵이 큰 자극이 됐다”며 “우승보다 그때를 떠올리면 더 감정이 북받칠 정도다. 이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매킬로이를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한 모리카와가 24언더파로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리키 파울러(33·미국)는 22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국내 기업이 주최한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도 선전했다. 이날 8언더파를 몰아친 한국 골프의 간판 임성재(23)는 최종합계 20언더파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임성재가 더CJ컵에서 ‘톱10’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주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우승에 이어 2주 연속 상위권 성적을 내면서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에서도 2위를 유지했다. 이경훈(30)은 17언더파 공동 24위를 기록했다. 김성현(23)과 강성훈(34)은 16언더파 공동 32위에 올랐다.

2라운드까지 공동 2위에 오르며 중계 화면에도 자주 잡혔던 김성현은 선두권을 유지하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18번홀(파5) 버디 퍼트가 인정됐다면 공동 2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공이 10초가 지난 뒤 홀 안으로 떨어져 파가 됐다. 김성현은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끝나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공동 52위로 대회를 마쳤다.

CJ가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이 대회는 국내 최초의 PGA 정규투어 대회로, 2017~2019년 제주도에서 열렸으나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난해부터 개최 장소를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옮겼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