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원 아라리오갤러리 개인전 '들리는, 들을 수 없는'
사진조각으로 빚은 비현실적 풍경…나무에 빗댄 인간 세상
숲에 푸른 물빛의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을 둘러싼 녹음 속에서 가지가 하얀 나무 일곱 그루가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간 사회의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를 나무에 비유한 원성원(49)의 사진 콜라주 작품 '하얀 가지의 푸른 가능성'이다.

인사이더는 '이너써클'을 의미하듯 연못 주변으로 원형을 이룬 나무들이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나무가 있다.

아웃사이더는 주변에 있지만 무리에 끼지 못한 작은 나무와 풀들이다.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막한 원성원 개인전 '들리는, 들을 수 없는'은 이처럼 나무를 의인화해 인간 세상의 여러 관계를 담아냈다.

원성원은 주변인들에 대한 관찰이나 일상의 소소한 현실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림이 아닌 사진이기에 작품은 실제 풍경을 촬영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작가는 사진을 수천장 촬영한 뒤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자르고 붙이는 콜라주 작업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품 속 이미지는 모두 현실에서 촬영한 것이지만, 완성된 세계는 비현실적이다.

현실과 허구가 작품 안에 공존하게 된다.

서사는 전적으로 작가 개인의 경험과 상상에서 비롯된다.

하얀 가지 나무도 작가의 머릿속에는 모두 실제 인물이 있다.

그가 떠올리는 인물들이 상징과 은유를 통해 촘촘하게 배치된다.

나무지만 다 같은 나무가 아니다.

어떤 나무를 어느 자리에 놓고 어떤 역할을 맡기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무 하나하나 따로 촬영해 화면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세밀하게 오려 조합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따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수많은 나무를 촬영한 다음 일종의 캐스팅처럼 작품에 맞는 나무로 구성하는 식이다.

나무라는 배우로 연극무대를 연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사를 나무에 빗댄 것은 나무와 인간의 삶에서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무가, 나고 자란 환경을 바꿀 수 없는 인간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그 안에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고 경쟁이 벌어지는 생태계와 인간 세상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원성원은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와 쾰른 미디어 예술대에서 공부했다.

이번 전시는 신작 사진 17점과 드로잉 18점을 소개한다.

11월 13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