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심각…한국, 2025년 공시 의무화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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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EU가 지속 가능 금융 공시 규제(SFDR)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유럽 자산운용사들은 ESG 상품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오텐스 비오이 모닝스타 글로벌 지속가능성 부문 리서치 헤드는 SFDR이 ESG 투자의 주류화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한경ESG] 인터뷰 - 호텐스 비오이 모닝스타 글로벌 지속가능성 부문 리서치 헤드
호텐스 비오이 모닝스타 글로벌 지속가능성 부문 리서치 헤드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 전반의 지속 가능성 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 및 인덱스펀드의 자금 동향을 분석하고 투자자에게 평가 도구를 제공한다. 프랑스 출신으로 유럽 지역 리서치를 오랫동안 해온 그에게 선진 시장의 ESG 투자 동향과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둔 한국이 준비해야 할 점을 물었다.
- 유럽은 일찍이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최근 동향은 어떻습니까.
“유럽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지속 가능한 금융에서 확실한 선두 주자입니다. 2018년 EU 집행위원회의 ‘지속 가능 금융에 대한 실행 계획(EU Action Plan on Sustainable Finance)’ 도입 이후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지속 가능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위기 이후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지속 가능 모델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ESG 원칙에 따라 관리되는 투자자산이 급속도로 늘었습니다. 그 결과 ESG에 초점을 맞춘 펀드의 자산은 2021년 7월 말 기준 2조2500억 달러로 2020년 초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최근 ESG 관련 자산과 현금 흐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0일 도입한 ‘지속가능 금융 공시 규제(SFDR)’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ESG 전략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ESG와 관련한 새로운 공시가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 유럽에서 SFDR 도입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SFDR은 자산운용사가 더 많은 ESG 정보를 공시하도록 합니다. 특히 ESG 상품에 대한 공개 수준은 상품이 목표로 하는 ESG의 특성을 갖췄는지(8조)와 지속 가능한 목표를 지녔는지(9조)에 따라 규정됩니다. 8조와 9조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자체적으로 해석해 자사 제품 분류에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해 혼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친환경’ 펀드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SFDR이 ESG의 주류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적용 과정에서 8조의 기준이 낮아진 것처럼 그 기준을 낮추는 경우 시장이 다소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 유럽 자산운용사들은 기후변화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투자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인식하고 ESG로 전환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보유 종목을 조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전략을 수정해 기후변화 관련 펀드를 다수 출시하고 탄소발자국 감소, 화석연료에 대한 노출 감소, 녹색기업에 대한 투자 등 기후변화 목표를 운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ESG 평가사 서스테이널리틱스를 인수했는데요.
“모닝스타의 사명은 투자자가 더 나은 정보에 입각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모닝스타는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ESG 데이터, 기업 등급 및 분석을 제공하며 새로운 도구와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ESG 리스크의 측정 척도인 글로브(Globe) 등급에 효과(임팩트) 차원을 새로 추가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자회사인 서스테이널리틱스와 협력해 ‘자산운용사를 위한 ESG 실천 의지 수준(ESG Commitment Level)’ 평가를 도입했습니다. 자산운용사의 ESG 철학과 ESG 전략을 뒷받침하는 자원과 프로세스, 투자관리 활동을 정성 평가한 것입니다. 펀드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정량적 측정 항목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UN 책임투자원칙(PRI) 서명이나 클라이밋 액션 100+ 서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또 투자 스튜어드십에서 ESG 방침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여부 등을 알고자 합니다.”
- 한국에서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국가마다 ESG 투자의 역사가 있으며 ESG의 E, S, G에 각기 다른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거버넌스가 큰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세계의 다른 지역처럼 한국도 자발적 공개보다는 의무적 공개라는 규제를 적용할 경우 혜택이 더 클 것입니다. 올 초 한국거래소가 2025년까지 기업이 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도록 독려하는 ‘ESG 정보 공시 가이던스’를 발표했습니다.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일정 규모 이상인 곳은 2025년부터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2030년 이후에는 모든 기업이 공시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2025년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봅니다.”
- ESG 투자 시 고려할 점은 무엇입니까.
“우선 지속 가능한 투자가 투자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의 3가지 주요 동기는 재무 성과, 가치 그리고 영향입니다. 재무 성과를 추구하기 위한 투자 전략은 더 나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ESG 통합 전략, 가치를 중시한다면 ESG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회사를 제외하는 배제 전략, 영향을 고려한다면 투자로 실제 세계에 임팩트를 주거나 주주 행동을 하는 전략이 있습니다. 둘째로 포트폴리오를 재분배하려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ESG 지표를 사용해야 합니다. 모닝스타는 이를 돕는 다양한 도구와 데이터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지속 가능성 등급이나 제품 관련 정보, 탄소 위험 지표 등입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가 펀드의 목적이나 성격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실사가 핵심입니다. 펀드 이름이나 레이블을 넘어 펀드의 목적이 무엇인지, 펀드의 보유 자산과 ESG 특성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실제 전환할 때에는 전반적 리스크와 수익 목표, 자금 재분배에 따르는 세금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호텐스 비오이 모닝스타 글로벌 지속가능성 부문 리서치 헤드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 전반의 지속 가능성 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 및 인덱스펀드의 자금 동향을 분석하고 투자자에게 평가 도구를 제공한다. 프랑스 출신으로 유럽 지역 리서치를 오랫동안 해온 그에게 선진 시장의 ESG 투자 동향과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둔 한국이 준비해야 할 점을 물었다.
- 유럽은 일찍이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최근 동향은 어떻습니까.
“유럽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지속 가능한 금융에서 확실한 선두 주자입니다. 2018년 EU 집행위원회의 ‘지속 가능 금융에 대한 실행 계획(EU Action Plan on Sustainable Finance)’ 도입 이후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지속 가능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위기 이후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지속 가능 모델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ESG 원칙에 따라 관리되는 투자자산이 급속도로 늘었습니다. 그 결과 ESG에 초점을 맞춘 펀드의 자산은 2021년 7월 말 기준 2조2500억 달러로 2020년 초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최근 ESG 관련 자산과 현금 흐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0일 도입한 ‘지속가능 금융 공시 규제(SFDR)’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ESG 전략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ESG와 관련한 새로운 공시가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 유럽에서 SFDR 도입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SFDR은 자산운용사가 더 많은 ESG 정보를 공시하도록 합니다. 특히 ESG 상품에 대한 공개 수준은 상품이 목표로 하는 ESG의 특성을 갖췄는지(8조)와 지속 가능한 목표를 지녔는지(9조)에 따라 규정됩니다. 8조와 9조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자체적으로 해석해 자사 제품 분류에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해 혼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친환경’ 펀드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SFDR이 ESG의 주류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적용 과정에서 8조의 기준이 낮아진 것처럼 그 기준을 낮추는 경우 시장이 다소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 유럽 자산운용사들은 기후변화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투자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인식하고 ESG로 전환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보유 종목을 조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전략을 수정해 기후변화 관련 펀드를 다수 출시하고 탄소발자국 감소, 화석연료에 대한 노출 감소, 녹색기업에 대한 투자 등 기후변화 목표를 운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ESG 평가사 서스테이널리틱스를 인수했는데요.
“모닝스타의 사명은 투자자가 더 나은 정보에 입각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모닝스타는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ESG 데이터, 기업 등급 및 분석을 제공하며 새로운 도구와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ESG 리스크의 측정 척도인 글로브(Globe) 등급에 효과(임팩트) 차원을 새로 추가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자회사인 서스테이널리틱스와 협력해 ‘자산운용사를 위한 ESG 실천 의지 수준(ESG Commitment Level)’ 평가를 도입했습니다. 자산운용사의 ESG 철학과 ESG 전략을 뒷받침하는 자원과 프로세스, 투자관리 활동을 정성 평가한 것입니다. 펀드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정량적 측정 항목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UN 책임투자원칙(PRI) 서명이나 클라이밋 액션 100+ 서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또 투자 스튜어드십에서 ESG 방침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여부 등을 알고자 합니다.”
- 한국에서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국가마다 ESG 투자의 역사가 있으며 ESG의 E, S, G에 각기 다른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거버넌스가 큰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세계의 다른 지역처럼 한국도 자발적 공개보다는 의무적 공개라는 규제를 적용할 경우 혜택이 더 클 것입니다. 올 초 한국거래소가 2025년까지 기업이 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도록 독려하는 ‘ESG 정보 공시 가이던스’를 발표했습니다.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일정 규모 이상인 곳은 2025년부터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2030년 이후에는 모든 기업이 공시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2025년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봅니다.”
- ESG 투자 시 고려할 점은 무엇입니까.
“우선 지속 가능한 투자가 투자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의 3가지 주요 동기는 재무 성과, 가치 그리고 영향입니다. 재무 성과를 추구하기 위한 투자 전략은 더 나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ESG 통합 전략, 가치를 중시한다면 ESG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회사를 제외하는 배제 전략, 영향을 고려한다면 투자로 실제 세계에 임팩트를 주거나 주주 행동을 하는 전략이 있습니다. 둘째로 포트폴리오를 재분배하려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ESG 지표를 사용해야 합니다. 모닝스타는 이를 돕는 다양한 도구와 데이터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지속 가능성 등급이나 제품 관련 정보, 탄소 위험 지표 등입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가 펀드의 목적이나 성격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실사가 핵심입니다. 펀드 이름이나 레이블을 넘어 펀드의 목적이 무엇인지, 펀드의 보유 자산과 ESG 특성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실제 전환할 때에는 전반적 리스크와 수익 목표, 자금 재분배에 따르는 세금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